완벽하지 않은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 자연과 물리학마저 불완전한 세계에서, 존재가 머무는 방식에 대하여

by 늘람

아주 가끔, 때로는 아주 자주 '완벽'을 꿈꾼다.


더는 흔들리고 싶지 않을 때,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을 때,
더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일조차 버거운, 그때

완벽을 떠올린다.


흠 없는 상태,
수정할 필요 없는 나,
더 이상 변화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를 희망한다.


그런데 정말 이 세상에 완벽이라는게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이상하게도 이 질문 앞에 서면
할 말을 잃는다.


생각해보면
완벽은 언제나 정지된 상태를 전제로 한다.


더 나아갈 필요가 없고,
더 고칠 이유도 없으며,
더 흔들릴 여지도 없는 상태에서야 완벽해 진다.


에너지의 교환이 멈춘 계,

외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닫힌 구조가 되어야 비로소 완벽해진다.


그런데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어긋나고,
다시 조정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완벽은
존재의 목표라기보다
존재가 끝났을 때 붙일 수 있는 이름에 가깝다.


그렇다면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걸까?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실수하지도 않으며,
완전히 닫힌 마침표 같은 상태.


하지만 이 생각도 역시나
완벽하지 못하다.


죽음 이후에도
몸은 분해되고,
분자는 원자가 되며,
원자는 다시 다른 계로 흘러 들어간다.


형태는 사라지지만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죽음은 정지가 아닌
가장 급진적으로 물질과 에너지의 교환이 일어나는

열역학적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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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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