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으면 예전보다 조금 더 오래 침묵하게 된다.
바로 답할 수 있는 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말들이 너무 쉽게
하나로 정리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늦게 말한다.
혹은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하나의 문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이 나오기까지 머물렀을 감정과,
그 말 뒤에 남겨질 기류가 함께 떠오른다.
표정의 아주 작은 흔들림,
말의 속도,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망설임.
그것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그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서로 다른 해석들이 겹쳐진 채로 머문다.
솔직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한 표정.
괜찮아 보이지만
완전히 괜찮지는 않은 목소리.
그 모든 가능성들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머문다.
그 상태는 어떤 물리적 현상과 닮아 있다.
아직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채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그리고 어떤 순간의 개입에 의해 그중 하나로 수렴되는 구조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보다 더 느리고,
더 오래 열려 있다.
나는
그 수렴의 순간을 조금 늦추는 쪽에 가깝다.
어떤 말은 지금의 감정에서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남기도 한다.
어떤 관계는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 번의 변화를 거치며 다르게 정의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한 장면만으로 전체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더 오래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말이 어떻게 남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는지.
그 시간 안에 남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말한다.
모르겠다고.
그 말은 알지 못해서라기보다,
지금 이 상태가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