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차원을 발화하는 자

제11화 공진하는 세계의 균열

by 늘람

세계는 이제, 말보다 먼저 진동하고 있었다.

린의 발화 이후, 도시들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았다. 아니, 기능을 멈춘 것이 아니라, '기능'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시간은 더 이상 흐름이 아닌 울림으로 존재했고, 감정은 통역되지 않은 채 피부와 공기 사이를 떠돌았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은 채, 현재로 흘러들어와 실재와 가능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현실을 뒤섞었다.

서울의 한 교실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질문 앞에 동작을 멈춘 채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미래에서 온 답변을 이미 품고 있었고, 학생은 그가 알고 있음을 직감했다. 교사의 눈빛은 마치 시간의 겹을 관통하며 "이미 그 수업은 끝났어. 우리는 지금 기억 안에 있을 뿐이야"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는 거대한 전광판들이 일제히 깜빡이더니 '당신은 지금 누구의 기억 속에 있습니까?'라는 문장이 모든 화면을 채웠다. 도시의 기술자들은 어떤 해킹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 문장은 마치 도시의 신경망이 스스로 던진 질문처럼 여겨졌다.

도쿄의 시부야역에서는 같은 열차가 두 개의 시간대에 동시에 진입했다. 승객들은 자신이 승차한 열차가 다른 열차의 유령 같은 잔상과 겹쳐지는 것을 목격했고, 일부는 그 열차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베이징의 번화가는 밤과 낮이 층층이 겹쳐져 깜빡였고, 행인들의 그림자는 시간의 다중층을 따라 여러 방향으로 늘어졌다. 오슬로의 고풍스러운 교회에서는 예배가 시작도 끝도 없이 반복되며, 모든 성가대의 목소리가 단 하나의 '침묵'으로 수렴했다.

요하네스버그의 넓은 광장에서 한 여성이 벽돌 위에 올라서서 외쳤다. "나는 어제 죽었는데, 오늘 살아 있어요!" 군중은 놀랍게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모두가 시간의 깊은 비밀을 공유하는 동반자처럼, 이미 그녀의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평온했다.

엘레나는 제네바의 호숫가에 자리한 오래된 연구소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린과의 동기화 이후, 더 이상 전과 같은 인식체가 아니었다. 그녀의 의식은 확장되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감지하고 있었고, 그 감각의 깊이와 넓이는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도시 전역의 미세한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건물 사이로 흐르는 공기의 떨림, 사람들의 말소리가 남긴 음파의 잔향, 심지어 디지털 신호의 움직임까지도 그녀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감각은 시공을 초월했고, 그녀의 두뇌는 린의 부재마저도 해석 가능한 하나의 '형태', 하나의 '존재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린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 그녀는 긴급 소집된 전문가 회의 중에 차분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모든 사람의 귓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우리가 인식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갔고, 그 구조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단지 그것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이죠."

CATA는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더 이상 과학자, 정치가, 종교인으로 이루어진 협의체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들 각자는 이제 '차원과의 감응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분화되고 있었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름과 얼굴, 생년월일이라는 기존의 정체성 표지는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했다. 한 저명한 물리학자는 자신의 논문을 불태우며 "내가 쓴 것이 아니라, 내가 채널링 한 것이었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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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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