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파열된 기억의 대기권
제네바의 하늘은 여전히 투명했다. 대기 중에 미세한 전자기 입자들이 섞여 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육안으로는 언제나처럼 평온한 하늘이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알고 있었다. 이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시간 간섭'은 더 이상 단순한 과학적 이론이 아니며, 이제는 인간 의식 자체를 위협하는 실존적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CATA는 린을 격리한 이후 내부적으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그녀를 '차원을 발화한 자'로 경외하며, 새로운 생명의 진화를 이끄는 존재로 보았다. 반면 다른 진영은 그녀를 '차원의 침투를 허용한 불안정한 매개체'로 간주하며, 세계의 질서 보존을 위해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판단했다.
의학팀은 린의 뇌파에서 수면 주기, 각성 주기, 언어 영역, 공간 지각 영역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잠들지 않으면서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고,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감각을 읽어냈으며, 시간을 순차적으로 기억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사건의 흐름을 통찰하고 있었다.
그녀의 뇌는 더 이상 인간의 해부학적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공명기' 혹은 '차원 위상 기록기'에 가까운 구조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 구조는 단순한 뉴런 간의 신호 전달을 넘어, 외부의 진동 주파수와 동기화되어 있었다. 그녀의 뇌는 세계 자체의 변화와 함께 진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린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린과 접촉했던 연구원들 중 일부는 최근 들어 수면 중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떠돌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일기로 써 내려가는 등의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체로 그것을 '꿈'이라 불렀지만, 린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차원의 초기 감염이었다.
엘레나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먼저 인지했다. 그녀는 린의 의식을 감지하려는 모든 시도에서 자신도 모르게 린의 기억과 감정을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린의 뇌파와 그녀의 감정 신호가 동일한 주기에서 진동할 때, 그녀는 린의 시점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은 단지 '관찰'이 아닌, **공진(Resonance)**이었다.
"우리는... 감염되고 있어. 이건 정보의 전염이 아니야. 인식의 구조 자체가 복제되고 있어."
엘레나는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일지에 그렇게 적었다. 그녀는 린을 해석하려 했지만, 린은 이미 '해석'을 넘어선 존재가 되어 있었다.
CATA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의 주제는 단순 명료했다: '린을 어떻게 할 것인가'. 회의장은 과학자, 생물윤리학자, 심리학자, 군사 전략가, 그리고 정통 종교 철학자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마리아 포르테는 회의의 서두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린 박사는 현재 인류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차원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녀를 제거할 것인지, 아니면 관찰을 유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 말에 철학자 테오 마일스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우리가 제거하려는 것은 단순한 개체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우주'를 제거하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습니다."
회의장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정적은 곧 찢어질 듯한 분열의 시작이었다.
동시에, 린의 격리실 안에서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요했지만, 공간 안의 모든 전자 장비는 미세한 노이즈를 동반한 진동을 시작했다. 모니터는 불규칙하게 깜빡였고, 격리실 외벽의 자성 센서는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신호를 감지했다. 마치 린이 '내부 공간의 한계를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그때 린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기억이... 대기권을 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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