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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최늘샘 Apr 03. 2018

새색시의 일과 가정

군산에서 만난 한복 디자이너 이야기

우리나라는 좀 그렇잖아요. 팔십 프로 정도는 일하는데 투자가 돼야 되고,
이십 프로 정도가 사적인 생활인데 그걸 늘리기가 어렵잖아요.

  벚꽃이 만개한 군산 해망동 월명공원에서 한복 디자이너 선영 씨를 만났다. 친한 여동생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대구를 출발해 거제도를 거쳐 멀리 군산까지 왔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맛집을 찾아가 맛있는 저녁을 먹은 뒤, 오늘 저녁 다시 대구로 돌아가려고 한다.

 

 “결혼한 지 채 1년이 안 됐어요. 새색시죠. 하하.

  흔히들 결혼 직후 몇 년 동안이 제일 좋을 때라 그러는데, 제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지금이 인생에서 제일 좋아요! 결혼하기 전보다 하루하루 생활에 있어서, 또 삶에 있어서 더 많이 엔돌핀이 돌구요.”


  행복한 시기지만 결혼 이후에 생겨난 큰 고민이 있다.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병행이 어려워진 것이다. 아기를 가지려고 계획 중이라, 앞으로 육아까지 해야 할 생각을 하면 더 고민스럽다. 한복 디자이너 일은 학창시절부터 오래도록 키워왔던 꿈이고, 여전히 좋아하는 일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근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계속 일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요즘 그만 둘까 말까 많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나라는 좀 그렇잖아요. 팔십 프로 정도는 일하는데 투자가 돼야 되고, 이십 프로 정도가 사적인 생활인데 그걸 늘리기가 어렵잖아요. 창업이 아니고서는, 직장 생활을 한다는 거 자체가 결혼한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직업과 가정, 육아가 같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그런 상황으로 몰려가는 게 힘들어요. 일도 안정적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고, 그러면서 삶에, 가정에, 충실하게 사는 게 제 제일 큰 욕심이고... 또 누구나 그러길 바라는 것 같아요.”  



* <남한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여행하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백여 명의 사람들을 만나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여행은 강화에서 시작해 천안, 칠갑, 웅천, 서천, 군산, 만경, 정읍, 목포, 장흥, 벌교, 순천, 여수, 산청, 욕지, 창원, 밀양, 군위, 의성, 안동, 봉화, 태백, 정선, 강릉, 양양, 속초, 서울까지 스물일곱 군데 지역으로 이어집니다.

여행을 하고 글을 담는 필자는 한 명의 삼포세대 청년일 뿐입니다만,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 인터뷰에 응해 준 감사한 사람들의 절절하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공감되고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싸바이디,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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