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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최늘샘 Apr 04. 2018

오류동 엘레지

"더듬 더듬 살아도 살아도, 살 길은 보이지 않고"

서울 변두리 오류동 

인천행 전철역을 경계로 

북부는 1동 남부는 2동으로 나뉜다 


10원 한푼 아쉬워, 세 개 묶음 과자 천 원 

250그램 로하이 참치 통조림 950원

할인마트에서 천 원짜리 음식들을 고른다


길가에서 종일 빨간 다라이 놓고 앉은

오래된 표정의 할머니들이 파는

서리태 녹두 적두, 메주콩이 서럽다  


해가 지면 하나 둘 네온사인 불빛들

삐아제 모텔 연예인 여비서 룸클럼

서로 좋아해 소주방 잔비어스 호프


오물조물 작은 입으로 

엄마 아빠가 들려준 붕어빵 한 마리에도 

동동걸음으로 행복한 아이들  


조선족 아주머니의 만주만두집

모락모락 피어나는 냄새 

퇴근길 행인들 발길을 붙잡고   


엠마빵집 진열대 위에 반짝이는 

키위케익 딸기케익 초코치즈케이크는

어느 누구의 달콤한 간식일까 


충성, 괜히 경례를 붙여 올리며, 라이타 있어요?

도리 없어 온종일 마시는 깡소주가 비려 

취기가 오른 남자가 담뱃불을 찾는다  


홀짝 홀짝 수줍게 삼십 분째 

역전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사랑을 시작하는 가난뱅이 연인들 


옛날 옛적 오동나무랑 버드나무가 많아서 

오류동이라 불렀다지, 더듬 더듬

살아도 살아도 살 길은 보이지 않고 


#시 #오류동 #엘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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