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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최늘샘 May 20. 2018

나의 작은 커피숍을 꿈꾸며

창원에서 만난 카페 매니저 이야기 

“종일 앉아서 일하는 업종보다는 이렇게 서서, 
움직이고, 많은 사람들 만나고, 그럴 수 있어서 좋아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대산면 주남저수지 카페B 매니저 김준호


  천안에서 군산을 지나 목포까지 서해를 따라 남쪽으로, 장흥에서 벌교를 지나 욕지까지 남해를 따라 동쪽으로 여행했다. 이제 북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스물한 살, 군인이던 시절 첫 휴가 기간에 경북 경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걸었던 적이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동해 내륙 지방으로 방향을 잡는다. 창원을 지나 밀양, 군위, 봉화, 태백... 아직 가 보지 못해서 낯선, 지도 위의 이름들에 동그라미로 표시를 했다.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것이 처음의 계획이었는데, 여기까지 여행을 하면서 20대, 30대의 회사원이나 상점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만나지 못했다. 마침 지나가는 길목이라서 창원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가, 바리스타로 일하는 청년을 소개 받을 수 있었다. 

  “창원의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이자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 초입에 커다란 이층 건물의 카페 베니베니가 있다. 마산 창동에서 18년 넘게 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이 9개월 전 처음으로 낸 분점이다. 본점에서 1년 남짓 일하던 김준호 씨가 분점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 


  “저는 커피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요, 직원들 교육하고, 손님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포함해서 열다섯 명이고요, 오늘도 새로 알바생이 와서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한 50테이블 정도, 주말에는 150에서 200테이블 정도 손님들이 오세요.”  


  “원래 고향은 (경남) 고성이에요. 농부의 아들입니다. 하하하. 고등학교는 진주에서 다녔고요, 대학교도 진주에서 식품위생학과 전공을 했어요. 대학교 마치고 진로 고민을 하다가... 깝깝한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좀 자유분방한 일을 하고 싶어서 막연하게 프랜차이즈 업종을 알아보다가 커피 만드는 일을 하게 됐죠. 커피 만드는 건 너무 재밌고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이게 취미가 아닌 본업이 되니까, 기대 보다 자유분방하지는 않고, 스트레스도 많더라고요... 그래도 사무실에 종일 앉아서 일하는 업종보다는 이렇게 서서, 움직이고, 많은 사람들 만나고, 그럴 수 있어서 좋아요. 내가 내려준 커피에,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단골 분들을 만나게 될 때가 제일 뿌듯하죠.” 

  “우와. 멋지네요. 그럼 힘든 점은 어떤 거예요?”

  “정말 짜증나는 ‘진상 손님들’, 그런 손님들이 있는데 그걸 다 커버하는 것도 매니저 일이거든요. 음... 비율로 따지면 진상 손님이 구십 프로예요. 그런데 손님 응대보다 더 힘든 건, 같이 일하는 직원들 각각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일이,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제일 힘들어요.”

  활기차고 계속 웃는 얼굴이라 그렇게 큰 고민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는데 뜻밖이었다. 


  “여자친구는 아직 없고요, 결혼은... 마누라 안 굶어 죽을 정도로 안정이 되면 할 생각이에요. 커피숍이 생각보다 남는 게 없어서, 사장님들이 다 짜세요, 전국 어딜 가든. 그래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작은 숍이라도 직접 차리고 싶어요.” 


  “촌에서 자라고,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니까 여행할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성과를 이뤄서 사십 대, 오십 대가 되면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게 꿈입니다. 제가 외동아들이고 할머니 밑에서 컸거든요. 할머니한테 ‘정직해야 된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고, 지금 사는 데 있어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昌原

‘창성하는 근원’이라는 뜻을 지닌다. 『태종실록』 8년(1408)에 "비로소 의창(義昌)·회원(會原) 두 현을 병합하여 창원부(昌原府)를 삼았다." 라는 기록에서 창원의 지명이 처음 등장한다. 북쪽으로 낙동강이 흐르며 밀양과 경계를 이룬다. 1983년 부산에 있던 도청이 옮겨 오면서 급성장하여 경상남도의 행정 중심 도시로 발전했고, 2010년 마산시, 진해시와 통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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