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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Jul 04. 2019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길고양이 호스피스쉼터 '경묘당'에서

반려묘 행동개선 프로그램 <고양이를 부탁해>를 즐겨본다.

경묘당 쌈닭(?) 하늘이

거기 나오는 단골주제 중 하 나가 다묘 가정의 합사 문제다. 고양이는 영역에 민감하다. 두 마리만 있어도 싸움이 난다. 하물며 열 마리가 넘게 복닥대는 경묘당은. 새로운 녀석이 올 때마다 텃세로 난리다. 야옹야옹, 우당탕탕. ‘자리 맡기’한다고 뿌려놓은 오줌 냄새엔 막힌 코도 뻥 뚫린다. 서열 정리가 끝나면 이내 잠잠해진다. 1등 고양이는 금방 눈에 띈다. 대개 가장 높은 캣타워를 차지한 녀석이다.

친구들한테 시비 걸고 다니다가 혼난 날

동물의 왕국에서만 세력다툼이 일어날까. 사람은 더하다. 생존, 번식 본능만으로 설명하긴 까다롭다. ‘자의식’ 때문일 거다. 존재를 증명해보이려는, 속된 말로 튀려는 욕망이 인간에겐 있다. 이런 존재방식을 하이데거는 ‘실존’이라 불렀다.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를 두고 고뇌한다. 그리고 고독감과 허무감, 무력감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덩치 큰 질투쟁이

하이데거는 무력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성자도, 악마도 될 수 있다 했다. 전자는 약한 존재를 도와주며 자신의 힘을 느낀다. 후자는 괴롭히며 느낀다. 학교폭력은 후자의 행태다. 돈이나 권력을 쥐지 못한 청소년기에는 주먹이 존재를 과시할 수단이다. 성적표로 우월함을 인정받는 놈은 끽해야 반에서 다섯 명이다. 염색, 사복, 화장, 교복 리폼은 금지다. 격동의 사춘기에 무수한 보통 이하의 애들은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요 특유의 자세가 매력포인트죠

악마는 태어나지도,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방황하는 숙주를 찾아 빙의할 뿐이다. 지금의 학폭 대책은 이 점에 무심하다. 자치위원회나 상담서비스는 모두 사후처리에 초점 맞춰져 있다. 가해학생의 처벌도 의미가 없진 않다. 하지만 ‘처벌이 무서워 자제하게 만드는’ 규제는 동족방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금 시끄럽고 조금 예민하지만 많이 귀여운 녀석 ♡

액션 영화 좀 본 사람이라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트루 라이즈>를 알 거다. 세일즈맨으로 위장해 살아가는 ‘해리 태스커’는 미국 최고 반테러리즘 기관의 비밀요원이다. ‘살아있는 느낌’을 느끼고 싶던 아내 헬렌도 그를 따라 요원이 된다. 영웅 판타지를 품고 사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마지막 탱고 장면이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죄 비슷비슷해보이는 첩보액션 영화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성적표 외에 다른 차별화를 허용치 않는 학교에선, 여간해선 달성하기 어려운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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