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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Mar 16. 2023

당신만의 도피처가 있나요?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상습적 마약 투약으로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내가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 연민 그런 것보다 호기심에 더 가까웠다. 무엇이 저 사람을 저곳까지 이끈 걸까? 아파서였을까? 궁금해서였을까? 상습적으로 마약을 하는 자는 어떤 부류의 인간일까?

     

그 자에게 현실을 잊게해주는 무언가가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그래서 이따금 현생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 아침에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거품이 소복이 올려진 커피를 눈과 코로 먼저 음미한 뒤 천천히 홀짝거리는 일, 커피를 홀짝거리며 유튜브로 성경말씀을 듣는 일, 사람이 복작대는 지하철에서 유유히 재즈나 모닥불asmr, 해리포터asmr을 들으며 소설책을 읽는 일이 그렇다. 주변이 아무리 퀴퀴하고 시끄러워도 나는 금세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혹 현실을 자각하는 감각이 유달리 민감한 누군가가 약물에 의존했던 건 아닐까? 나처럼 쉽게 현실을 도피할 수단을 찾지 못한 자의 최후의 도피처였던 건 아닐까?

     

마약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그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다. 이해해보려는 마음은 번거롭기 그지없다. 내가 지녀온 사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고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분노가 치밀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서 포기한다면, 게을러지기를 택한다면,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조금 슬픈 모습이 될 것 같다.

     

요즘 드라마 더글로리 덕에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한 학폭 역사상 이토록 주목받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글로리, 영광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희대의 악녀 연진이를 보며 남녀노소가 분노한다. 그녀가 처참하게 무너질 때는 열광한다. 다 좋다. 다만 이 분노가 이해하려는 마음을 비난하는 손가락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촉법소년 제도 폐지’라는 결론으로 섣부르게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반복해서 양산하는 사회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다가서려는 노력이 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귀찮다고 너무 쉽게 차악을 택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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