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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Mar 31. 2024

과소평가된 '평범함'에 대해 곱씹어보며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고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나는 원래, 미스터리, 추리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 시간이 가는 것을 잊고 몰입해서 읽곤 한다. 이런 유의 소설에서 그 어떤 심오한 주제나 감동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 책, <라플라스의 마녀>에서는 의외의 깨달음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이다. 요즘 내가 종종 하는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지극히 평범한 주변인들을 관찰하다보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배울 점이 있다. 지극히 평범한 한 인간을 사무치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도대체 이 사람이 뭐라고.'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도 각자의 고유한 개성들이 있다. 그 세밀한 부분들이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만들고, 누군가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지점이 된다.


평범하다는 게 꼭 별볼일 없는, 못난 인간이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빌 게이츠도, 일론 머스크도, 우리도, 그저 각자의 개성을 가진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누가 높고 누가 낮지도 않다.


보통의 범죄소설과 달리 이 책은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정이 간다. 그들이 꼭 세상에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조차도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어 좋았다.


오늘도 이렇게 평범한 인간의 평범한 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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