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라는 것은 그것잉 실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와 상관없이, 감독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감독이 발견하고 감독이 느끼는 현실감의 대상이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되어 관객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이 구상적인 것이냐, 형태가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와는 상관이 없다. 즉 '실재'가 다큐멘터리에서 '현실'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건 그냥 감독에게 달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감독이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현실감의 충격이 클수록, 그리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될수록, 관객 또한 그것이 자신의 삶과 관계있다고 느낄수록, 한 편의 다큐멘터리는 그들의 감각 속에서 생생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관객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는 것은 진짜 현실이 아니라, 감독이 '현실'이라고 제시하는 무엇이다. 감독이라는 주관의 필터를 통과한, 감독이 주장하는 현실을 보고 있다는 말이다. 재현된 현실, 재구성된 현실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면 다큐멘터리를 대하는 태도에는 질적인 변화가 오게 된다.
김옥영 <다큐의 기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