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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Apr 17. 2021

악인에게 열광하게 되는 비밀스러운 마음

드라마 <펜트하우스1> 인물 분석 (1)

이 드라마가 돌풍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나름 느낀 것들을 적어본다.



1. 욕망과 동기가 강력한 인물에게 시청자는 깊이 몰입하게 된다. <펜트하우스>의 거의 모든 인물에게 아주 강렬한 '욕망'과 '동기'가 있다. 주연 인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연급보다 출연빈도가 적은 주연 집의 가정부 아주머니도 욕망을 품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쌍둥이 동생을 목숨 걸고 지키는 오빠 주석훈, 성악가라는 꿈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배로나, 돈과 생존을 위해 스스로 천서진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마두기 등. 숨기지 않고 표출해버리는 등장인물들의 그 욕망들은 결코 이해할수 없는 욕망이 아닌 인간 본연의 감정이다. 별개로, 늘 갈팡질팡 고민 많은 나는 하나의 목표에 무섭도록 집중하는 저들이 부럽기도 했다.



2. 특히 천서진이 오윤희에게, 하은별이 배로나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리 모두가 종종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이 드라마 서사를 이끌어가는 대표적 단어이자 모든 사건의 발단은 '열등감'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일상에서 쉽게 열등감을 표현하지 않는다. <펜트하우스>의 주인공들은 시청자 대신 열등감을 마구 표출하는 대리자이다. 이 부분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3. 가장 복합적이면서 현실적인, 특이한 캐릭터는 '오윤희'였다. 다른 드라마에서 보통 이런 캐릭터는 끝까지 선한 인물로 남는다. 가난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모정으로 똘똘 뭉쳐 씩씩하게 살아가는 서민, 캔디 역할이다. 그런데 <펜트하우스>의 오윤히는 선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악으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 그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때론 나쁜 짓도 하는 보통의 사람이다. 그래서 시종일관 나쁘기만 한 천서진이나 주단태 같은 드라마틱한 인물과 대비된다. 시청자에 따라서는 오윤희가 더 싫다는 의견도 꽤 있다.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투영하고 있기에 그런 것 아닐까. 천서진이나 주단태를 보면서는 '난 저들과 달라'라고 선을 긋지만, 오윤희를 보면 왠지 모르게 찜짐해지는 것이다.



저마다 현실 속에서 '악'을 억누르며 느낀 답답함, 뒤로 호박씨 까는 주변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만 분노해야 했던 답답함을, 대놓고 악을 자행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씩 해소하게 된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펜트하우스>에서 '선인'이라고 규정할 만한 사람은 얼마 안된다. 거의 모든 인간이 크고작은 범죄를 저지르고 모략을 꾸민다. 인간의 추악한 일면, 모두가 품고 있지만 드러내지는 않는 한켠의 악함을 과장적으로 까발려 오히려 쾌감을 느끼게 한다. 악인에게 몰입하고 자기도 모르게 악인을 응원하게 되는 원인은 '동질감'에 있다. 인간은 어릴 때는 짓궂은 장난을 치곤하다가 악한 모습은 숨기도록 사회화된다. 어른들이 숨기고 살고있는 덜 사회화된 자아를 건드리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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