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에 스민 잔향, 앉아 있는 마음

고요와 잔향 사이에서 다시 만난 우울이와

by 는개



심해는 고요했고, 제 눈앞은 어두웠습니다.

제 몸을 감싸 안고 웅크려 앉아 있는 제 모습은
제 눈에도 잘 보이지 않더군요.


어둠과 고요가 무언가 말을 거는 것만 같았습니다.

언제든지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빈자리는 많으니까요.

어떻게든 앉을자리 하나쯤은 있겠지요. 하지만,

들리진 않았어요. 멋대로 상상했을 뿐입니다.


쪼그려 앉아 있다가 그들이 전하는 울림과 진동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오래 있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자리는 어디에 있을지에 대해서.

있을까요? 있다면 그 자리는 얼마짜리일까요, 몇 평이나 될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은 계속 벽돌처럼 굳어지고 자리들 덜 차치하기 위해 쌓였어요.

그 위에 불안과 우울은 시멘트처럼 스며들어 벽을 만들었습니다.


이것들이 버거운데,

덜어둘 면적은 또 얼마나 필요할까요.


이제는 덩치가 크고 무거우면 창고를 빌려 보관한다고 하더라고요.
제 마음을 쌓아두려면 어느 정도 평수를 골라야 하고, 월세는 또 얼마일까요….


어쩌다가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어디서 어떻게 자꾸만 감정들이 맺히는지도...
제가 봐도 저는 참 알 수가 없습니다.


그때, 초롱아귀 한 마리가 반딧불이 같은 빛을 내며 지나갔어요.
힘이 없었는데, 그 순간 픽, 웃음이 나왔습니다.


빛은 스쳐 지나갔고, 그 잔향만이 고요 속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내 흐려져, 다시 어둠만이 남았네요.








* 죄송합니다. 문장들이 놓아주지 않아서 조금 늦었습니다.

딱히 기다리셨을 분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혹시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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