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을 살면서 내가 부모 때문에 눈물 흘렸던 날들과
부모가 나 때문에 눈물 흘렸던 날들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상처를 받을 때 물론 힘들지만 이상한 건 반대로 상처를 줄 때도 똑같이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는 것.
그렇게 못 된 말을 내뱉고 가해자 역할을 하고 나서는, 얼마나 지금 내가 지독하게 굴었나 슬퍼지고 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한 말, 나의 행동으로 상대가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
지금도 1초면 울 수 있는 기억이 있다.
왜 늘 울어버리게 되는 걸까.
너무 못 되게 군 것이 미안해서?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화내지 않았던 것에 고마워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아버지는 나와 내 동생을 차에 태워 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가 본 호화스러운 곳이었다. 레스토랑 안에 나무로 만들고 하얀 돛을 올린 거대한 배가 있었다. 우리는 배 안으로 안내받았다.
아버지는 분명 엄마 일로 기죽어 있는 우리 남매를 위해 애쓴 게 분명하다. 여기서 가장 비싼 걸 먹자며 혼자 신나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속이 베베 꼬였고, 그리고 곧 세상에서 제일 못 된 애로 변했다. 왜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었을까.
가장 분명한 이유는 아버지가 큰돈을 쓰는 게 싫었다. 일부러 우리를 위해 뭔가 해주려는 게 싫었다. 이렇게까지 비싼 곳에 먹으러 다닐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그깟게 뭐라고,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에 좋은 데서 밥 먹고, 사랑이 넘쳐흐르는 듯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메뉴도 안 보고 말도 안 하고 창 밖만 계속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기까지 와서 왜 그러냐며 웃어 달라며, 오늘은 돈도 펑펑 쓰고 신나게 놀자고 했다.
“그러니까 이런데 오기 싫댔잖아” 나는 소리를 꽥 지르고 메뉴도 안 보고 웨이터에게 “이 집에서 가장 싼 거요”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동생은 그 날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요리와 술을 마시면서 먹는 내내 물 만 마시는 내 눈치를 봐야 했다.
아버지가 괜히 우리 때문에 큰돈 쓰는 게 싫어서 그랬던 거라고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못 되고 고약한 딸로 남았다.
그리고 그때 생각만 하면 난 1초도 안 걸려 눈물이 난다. 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하다. 아버지가 준비한 모든 노력, 우릴 위했던 따뜻한 마음, 모두 다 나 하나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 날 아버지는 끝까지 내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시종일관 다정했다. 아버지는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