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_불면증

by 피츠로이 Fitzroy

죽으면 어둠만이 존재한다고 믿게 된 것은 6살 생일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갑작스럽게 어둠의 실체를 알게 된 후, 그때부터 밤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면서 조용해지면 모두가 잠들겠지라는 생각에 소름 끼치도록 강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모두가 잠드는 그 시간에 왜 나는 못 자는 걸까, 영원히 멈춰 버린 것 같은 밤은 진저리 나게 길었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었지만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다. 무섭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고작 6살이기 때문이다. 6살은 잠이 들면 그대로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쪼끄만 게 별소리를 다 한다고 꾸중이나 들을 소리다.

매일 밤 시계가 8시 30분을 가리키면 엄마가 책을 읽어주러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무섭지도 않고 금방 잠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엄마가 방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엄마가 있을 때 잠들어야 하는데, 빨리 자야 한다는 생각에 손에 땀이 난다. 내가 요 위로 바로 누우면, 엄마가 이불로 뚜껑을 덮어준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통해 본 내 또래의 외국 아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의 엄마도 이렇게 책을 읽어줬었다. 그리고 아이는 금세 행복한 표정으로 스르륵 손을 떨어뜨렸다. 나도 그 애처럼 편안하게 잠드는 거야.

엄마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을 귀 담아 듣는다. (아니 듣는 척이다. 내용에 집중을 할 수 없다, 빨리 잠이 와야 하는데, 오늘은 잘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고 온몸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다.)

그리고 서서히 잠이 든다. (아니 잠든 척이다. 오늘도 잠들기는 글렀다. 엄마가 피로해하면 안 되니까 자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6살의 보통 (그리고 착한) 어린이는 책을 읽어주면 곧 잠드는 법이다. 목이 아프도록 아무리 책을 읽어줘도 잠들지 않는 곤란한 어린이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안방에서 9시 뉴스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곡이 들려온다. 어딘가 도전적이고 결의에 찬 멜로디. 그 소리에 맞춰 엄마는 불을 끄고 방에서 나가야 한다. 어른들의 뉴스 시간인 것이다. 자고 있지 않다고 너무나 또렷이 깨어 있다고 알리고 싶다. 아니 정확하게는 잠을 잘 수 없다고 울면서 매달리고 싶다. 이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떼쓰고 싶다. 날이 밝을 때까지 함께 있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너무 무섭다고 소리치고 싶다.

나는 내가 못 자는 게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당당하지 못하여 잠이 안 온다고 밤이 무

섭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잠을 못 자는 어른은 있어도 잠을 못 자는 여섯 살은 없으니까. 울음을 삼키고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에 힘을 주며 잠자는 연기를 한다. 엄마가 나가자마자 벽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나를 집어삼킬 듯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제발 잠들게 해 주세요.’

밤에 보이는 것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불을 켜지 못하는 방에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책상 서랍의 손잡이나 책가방 앞에 달린 작은 주머니 같은 것들, 그들은 모두 무서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눈도 달려있어서 그 눈과 자꾸 시선이 마주친다. 곧 그것들이 나에게 덤벼들겠지.

나는 눈을 꾹 감는다. 그리고 뜨지 않는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9시 뉴스가 끝나는 음악이 흐르고, 10시 드라마도 끝나 다음 예고편이 흐른다. 텔레비전이 픽 하고 꺼지고, 그리고 침묵. 아무리 신경을 집중해봐도 더 이상 안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모두가 잠든 이 밤, 이 세계에서 깨어 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다. 잠 못 드는 나 하나.

동이 트고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는 그때까지, 그 긴 시간을 일 분 일 분 온몸으로 맞는다. 혼자서 그렇게 사투를 벌인다.

유치원에서 수녀님께 기도하는 법을 배웠던 그 날, 밤에 혼자서 기도를 시작했다. 매달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다.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순수하게 매달릴 수 있는 존재가. 두 손을 어설프게 모은 채, 나는 누구를 불러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저기요오.”

조심스럽게 시작한 내 기도는 급기야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아는 사람은 모두 다 불러 모으는 신의 잔치로 이어졌다.

“무섭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잠잘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절 좀 지켜주세요,

죽지 않게 해 주세요.”

한 시간 아니 두 시간 아니 세 시간쯤 같은 내용을 반복하며 간절히 부탁을 하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같았다.

나는 스스로를 6살 같지 않은 6살이라 치부하고는 당당하지 못하게 지냈다. 눈치 보고, 긴장하고, 걱정하고, 몰래 기도하고, 마음속 가득 담아둔 말들을 다 뱉어내지 못하는 6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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