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독서.

by 피츠로이 Fitzroy


서른 살이 되면 내가 쓴 글로 꼭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하고 생각했었는데,
서른 살엔 호주와 일본이란 새로운 세상의 즐거움에 푹 빠져 책 따윈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내 독후감이 우리 반 대표로 뽑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가 상을 받을 것이라는, 근원 없는 자신감을 가졌던 아이였다(정작 상 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

밤의 독서는 가끔 나를 미칠 것 같은 심란함에 빠뜨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마음을 툭 건드리고, 나를 대신해서 말하는 그 사람은 치밀하게 짜 놓은 덧처럼 내가 어느 순간에 걸려들지 잘 알고 있다.

마음이 안 좋을 때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말을 안 하고, 누군가는 반대로 말할 상대를 찾겠지만, 나는 글을 쓴다. 울 것 같은 기분을 대신해서 글을 쓴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은 대부분 우울하고 우울한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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