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실은 너 이거 행복이었어’라고 우기며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억이 있다.
라디오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중학생의 나는, 열 시가 되길 기다렸다가 옥상에 라디오를 들고 올라가 「별이 빛나는 밤에」의 오프닝송을 들었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시간이었다. 밤공기가 상쾌해 듬뿍듬뿍 크게 들이마셨다.
엄마는 그 밤에도 옥상에 올라와 널어놓은 고추가 잘 마르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쪼그려 앉은 엄마의 등이 둥글게 굽어 있었다. 까만 밤에도 은박 돗자리 위에 드러누운 마른 고추의 검붉은색은 아주 잘 보였다.
사방은 조용하고 옥상 위엔 엄마랑 나랑 라디오랑 별들만 있었다. 라디오의 안테나를 더 길게 늘인 후 스피커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별이 총총 뜬 밤에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고 있다니 내가 너무 멋진 사람 같았다. 호사롭고 편안한 밤이었다. 푸근하고 간지러운 밤.
희미한 엄마 냄새, 코를 살짝 자극하는 고추의 매캐함, 그런 게 사실은 행복이었나 보다.
어떤 게 행복이었는지 찾는 방법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