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부부 이야기

by 피츠로이 Fitzroy


나는 유야랑 일본어로 대화하고, 아빠는 우리가 하는 이야기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 난 단 한 번도 우리 셋이 있는 자리에서 우리끼리 다른 말로 이야기하는 거에 아빠가 소외감이나 불편함을 느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일본 남자와 결혼한 사람이 쓴 책을 읽는데, 거기에 그녀의 시부모님은 자신이 자신의 아들과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걸 싫어한다고 쓰여 있었다. 손자와 며느리가 본인이 모르는 한국어로 무슨 비밀스러운 얘기라도 할까 봐 몹시 불편해했다고.
지난번 천안에 아빠 보러 갔을 때 생각이 갑자기 났다. 거실에 있는 아빠를 두고 유야랑 부엌에서 속닥이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는데, 순간 아빠의 불편한 얼굴이 이쪽을 향해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 생각해도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시시껄렁한 걸로 낄낄 거렸던 것이 분명한데 아빠는 자기 얘기하는 걸로 들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들었다.
왠지 아빠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내가 또 오버해서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아빠한테 유야에게 이제 자동차 관련해서 연락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문자를 보낸 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랑 혼동하고 있는 걸지도.
아빠는 매일 두세 차례씩 코로나 관련 업데이트된 소식을 카톡으로 알려온다. (보건소에서 일하는 줄.) 그런데 자식 둘은 늘 아무 대답이 없다.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맙다고 드디어 답장을 보냈다. 코로나 상황 잘 공유해주고 챙겨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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