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빠는 라이온스 클럽 회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내게 결혼은 어떻게 할 거며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냐 묻지 않았고, 나는 아빠에게 회장은 왜 해야 하며 기부한다는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난 건지 묻지 않았다.
아빠가 미워 일부로 그런 건 아닌데 라이온스 클럽 취임식날 난 베트남에 있어야 했다. 신혼여행 날짜와 겹친 것인데 아빠는 날짜를 옮겨서라도 취임식에 내가 오길 바라는 것 같았다.
예비 사위 앞에서 삼계탕을 먹던 아빠는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취임식 스피치 내용을 수정하느라 우린 그 자리에서 결혼 축하한다는 한마디를 못 들었다.
그래서 결혼할 남자는 평생 너를 잘 사랑해 줄 것 같은 사람으로 고른 거지?라고 물어봐 준 건 회사에서 청소일 하시던 여사님이었다. 순간 눈물이 났다. 아빠에게 들었으면 좋았을까 엄마에게 들었으면 좋았을까, 어쨌든 너무 따뜻한 말이네 생각했다.
일정대로 베트남에 가는 것이 미안해서 취임식 날짜에 맞춰 화환을 보냈다. 나 때문에 굳이 신혼여행을 (쉬는 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으로 하게 된 남편이 갑자기 식중독에 걸리자 이번엔 남편에게도 미안해졌다.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러 서류를 떼고 제출하기를 반복하며, 이혼할 땐 서류가 더 많데! 하고 말했던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우리 서로 너무 싫어져도 이 서류들을 기억하며 이혼은 제발 하지 말자고.
그래서일까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오늘은 (혼인 신고를 했던) 결혼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