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빠의 여자들
아빠는 올 2월에 일흔 살이 되었다. 2년 전부터 매달 꼬박 모은 돈으로 비싼 온천 여행을 예약해두었다. 남편에게 너의 핸드폰비는 못 줘도 이 돈은 모아야 한다는 모진 소리도 했었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이 죽자 아빠는 갑자기 여행을 안 가겠다고 했다. 여행 이틀 전이었다.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와 료칸 비용, 축하해 주러 와주겠다고 큰돈을 쓴 시댁 식구들에게의 미안함 같은 것은 모두 다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아빠를 위해 준비하는 것들은 왜 다 이렇게 수포로 돌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아빠와의 호주 여행 계획이 무산되었을 때처럼 정말, 힘이 빠졌다.
어제, 자주가는 민물장어집에서 상추쌈을 입에 욱여넣으며 아빠는 사는 게 참 만만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혼자서 지내다 보면 정신없이 하루가 간다고. 우울해할 틈이 없다고. 여자 없는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는 일을 18년간 해 왔는데, 앞으로 10년 15년은 거뜬히 살 것 같은데 앞으로가 문제라고.
나는 연기가 풀풀 나는 장어를 열심히 뒤집으며, 지금이라도 얼른 여자를 구해드려야 하는 건지, 한참을 고민을 했다.
아빠는 엄마가 떠나고 지금까지 18년간 총 여섯 명의 여자를 만났고, 현재는 방 세 칸의 넓은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가끔은 단지 안의 인도(人道) 위에 빨간 스포츠카를 세워두고 하루 종일 세차를 해서 아파트 주민의 민원을 받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