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왜 나한테 카드를 안 줬지

by 피츠로이 Fitzroy

크리스마스에 반짝이 풀 잔뜩 묻혀서 반 친구에게 줄 카드를 만들던 시절에는 하루가 참 길었다.
할 일 없이 누워도 있었고, 그래도 아무런 죄책감도 아무 걱정도 없었는데.
뒹굴거리다가 아직도 한 시야 하며 일어나 동네 사는 깜시 오빠 불러내서 구슬치기, 잠자리 잡기 하다 보면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날 찾아왔다. 엄마에게 깜시 오빠는 목까지 전부 새까맣다고 말했었다. 더운데 더운지 모르고 추운데 추운지 모르고 노는 아이들.

오색 풀 잔치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많이 못 받으면, 걔는 왜 나한테 카드를 안 줬지 집 천장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요새는 아무도 내게 카드를 안 준다.
퍼석거리며 반짝이가 떨어져 나가는 오래된 카드를 열어보면 냄새가 난다. 해 질 녘 냄새, 집에 들어올 때 나는 냄새, 골목 어디서 뭔가 태우는 냄새.

나는 왜 일 년이 이렇게 짧은가. 벌써 한 해 다 보냈네, 하고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 매 순간 진심으로 살아야겠다고.

#나는크리스마스가좋아
#올해는카드를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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