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
오래전, 회사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으로 목에 경미한 디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결과가 우편으로 배달되어 옴). 목이 아팠던 게 다 디스크 때문이었어!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후에도 목 통증은 자주 찾아왔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호전되긴 했지만 아플 때는 목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놈의 디스크를 어찌해야 하나 빨리 고쳐야 하는데 생각만 했지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찰받아볼 생각을 못했다.
드디어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기필코 오늘은 나 병원에 간다, 는 마음으로 샤워를 했다. 어젯밤부터 슬슬 목에 불편감이 온 것도 한몫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면 어쩌나,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어쩌나, 내 실비는 요즘 유행하는 도수치료를 보장해 주던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을 따라 사진을 찍고, 내 이름이 호명된 방송에 따라 진료실에 찾아 들어갔다.
책상에 앉은 또 다른 선생님이 얼굴이 매우 무거워 보이는 내 목 사진(정확하게는 뼈 사진)을 들여다보며 내게 말했다.
-일자목 거북목 이시네요.
디스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자목까지. 가지가지한다. 나는 망했구나.
-음 디스크는 아아주 경미한 정도라, 디스크 때문에 아팠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긴장성 목 통증인 것 같고요, 물리치료 받아보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만세! 만세! 나 디스크 때문에 아픈 거 아니었어. 나 큰 병 아니었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고마워 내 목아!!
돌덩이 같이 무겁던 마음이 금세 술술 풀려 날아다닐 듯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오려는 걸 잘 참고 진료실을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뒷목에 머물러 있던 통증은 사라지고 목이 없는 것처럼 가벼웠다.
40분간의 물리치료를 받으며 행복함을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 받는 물리치료에 왠지 호강하는 것 같아 행복하고, 물리치료 진행해 주는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셔서 또 행복하고, 근 10년간 걱정했던 목 디스크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해서, 그게 제일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