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의 노래는 'creep'밖에 몰랐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그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를 듣기 전까지 그랬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를 좋아하는, 매일 밤 기타 치고 노래를 부르던 그는 나만큼이나 외로워 보이고 나보다도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나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너를 힘들게 하냐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 그가 살던 집 근처 공동묘지 옆을 지나칠 때부터 특유의 슬픔이 고여있는 걸 느꼈다. 그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어둡고 깨끗하지 않은 부엌과 차갑고 거친 화장실을 마주하면 이 공간은 그를 그리고 나도 더욱 쓸쓸하게 만들 거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분명하게.
그는 그 집을 아주 좋아했고, 동네까지도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그 집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담배를 아주 많이 피고, 아주 많이 취하고, 웅크려 잠을 잤다. 낮에는 공동묘지 앞 공터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탔다. 전 여자 친구가 남기고 간 털모자를 쓰고.
나는 두려웠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그를 위해 그 주위를 자주 맴돌았다.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도, 같이 살던 룸메이트가 떠났을 때도 나는 그곳에 같이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 혼자 일 때도 열심히 들으면서.
벌써 너무 오래전 일이다. 우연히 마주친 ‘High and dry’를 들으며 이 곡이 어째서 내게 아프게 머무는가 생각한다. 그리고 가사를 찾고, 기억을 찾고, 이유를 찾아본다. 그가 좋아하고 함께 듣던 곡이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내 마음에 뚫린 동그라미가 더 커질까 봐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그러니까 그 흔한 ‘뭔 일 있어’라는 질문 한 번 하지 못했던 것, 약하고 비겁한 내가 떠올라서 그렇다는 걸 깨닫는다.
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도 잘 지내니까. 내가 매일 나를 아끼는 것처럼, 그도 자신을 아끼면 좋겠다. 누가 봐도 얄미울 정도로 끔찍이 아끼며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