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 케이팝(K-POP)을 만드는 사람(下)

안 궁금한데 좋은 사람 #9 장하나

by 피츠로이 Fitzroy


<안 궁금한데 좋은 인터뷰>

안 궁금한데 좋은 사람 #9 장하나




빌보드 1위, 전 세계에서 열광하는 케이팝(K-POP)을 움직이는 사람(下)




-상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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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뭐든 그렇지만 끊임없이 트렌드가 바뀌고, 거기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장하나: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해서 음악 차트를 분석하고 음악뿐 아니라 문화, 패션까지 공부해야 하지만, 그건 업무적인 노력이고요. 개인적인 노력은 또 다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항상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들여다보려 하죠.

노력이라기보다는 좋아서 하는 일도 있는데, 음악 많이 틀어주는 클럽에 갑니다. 흥은 무엇인가 요즘은 무엇에 흥이 나는가 알아보러요. 코로나 때문에 최근엔 못 갔는데 그래도 일 년에 몇 번은 가려고 해요. 우리 클럽 다닐 때랑 또 너무 다른 거 아세요? 패션부터가 엄청 달라졌어요. 전 굽 12cm 되는 힐에 탑승해서 갔는데 요즘은 다 운동화에 레깅스 신고 오더라고요.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은 있어요. 트렌드를 공부해야지, 따라가야지 생각하는 순간엔 이미 뒤처져 있는 게 아닐까. 자연스럽게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따라가야지 생각하는 순간엔 이미 뒤처져 있는 게 아닐까




에이미: 누구나 들어도 아는 유명한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것만으로 많은 이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될 것 같은데, 현실과는 달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거나 부풀려진 것도 있을까요?


장하나: 여기도 똑같은 회사다,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어요. 우리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의 크기와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크기는 동일합니다.

회사는 상업적인 일을 하는 곳이고, 우리도 아티스트나 곡을 만들어 판매하니까 제조업이라고 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면 화려해 보이고, 연예인들과 가깝고, 물론 재밌죠. 가끔은 어깨가 으쓱해질 때도 있는데 특히 콘서트장에 가면 그래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울고 소리지르는 걸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일을 잘했구나, 우리가 잘 만들었구나 뿌듯하거든요.

연예인들과 일을 하면서 상처받는 직원들을 많이 봐요. 아티스트랑 가까워지고 싶어하고 회사 소속 연예인 이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거죠. 이성 관계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거요. 그리곤 힘들어해요. 내가 얼마나 잘 해줬는데 뜨고 나니 딴 사람이랑 친해지고 혹은 거리를 둔다고.

저는 아니거든요. 제 일은 그저 그들에게 좋은 노래를 만들어 주면 되는 거예요. 최상의 노래를 만들어주는 게 일이지, 아티스트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좋은 언니, 좋은 누나가 되어주는 게 제 일은 아니니까요. 나는 일을 해놓고 상대에게는 인간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건 욕심이죠. 관계에 몰입하지 않으니까 상처받을 일도 없고요.



에이미: 우리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한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명성이나 재력 등에 쉽게 감탄하지만 실은 그 이면에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있다는 것을 쉽게 간과하죠.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노력파가 있나요?


장하나: 박진영 씨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 통틀어서 매일매일 노력하는 사람으로는 박진영 씨를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음악을 만드는 동시에 아티스트로도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항상 쉬지 않고 노래 연습, 춤 연습하시니까 지금도 현역 가수들이랑 뭘 해도 뒤처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건강, 먹는 것도 신경 많이 쓰세요,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 밥도 다 유기농으로 바꿔 주셨고,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유기농입니다. 제가 보기엔 원래 먹는 거 좋아하시는 분 같은데(웃음) 정말 많이 참고 절제하시는 거예요. 옆에서 보면 존경스러워요.



에이미: 제 동기 중 한 명이 영화사에서 일하거든요. 작년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서 하게 되었는데 옆자리에 니콜키드먼이 앉더래요. 짧게 인사 나누고 사회자 농담에 같이 웃고 하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래요, 와, 지금 나 뭐야, 나 출세했구나, 내가 이 정도였어? 하는 생각. 하나는 그렇게 느꼈던 적 없었나요? 이 정도면 성공 아닌가 싶은 순간.


장하나: 아까 트루먼쇼 이야기했잖아요. 진짜 또 그런 걸 느꼈던 순간이 있었죠.

2011년이었어요. 원더걸스 앨범 제작에 들어갔는데 그때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해 있어서 거기서 지냈어요. 미국에서 영화 찍고 활동하는 게 많으니 제가 직접 녹음을 하러 미국으로 출장을 간 거예요. 그렇게 뉴욕을 그때 처음 가봤어요.

미국 직원에게 녹음실 잡아 달라 하고 주소를 보고 찾아갔어요. 녹음실이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거예요. 수많은 광고판 LED 사이의 한 건물이었고, 거기 10층을 누르고 올라갔어요. 맨날 청담동에서 녹음하다가, 뉴욕 한복판에서 녹음을 한다니 믿어지지 않았어요.

10층에 오르니 타임스퀘어 광장이 한눈에 펼쳐져요. 벽을 보니 또 여기서 녹음한 음반들이 쭉 걸려 있어요. 거기서 제가 초등학교 때 받았던 TLC 앨범이 걸려 있는 걸 본 거예요. 뭐 한두 곡 녹음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때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나는 됐다. 장하나 성공했다, 그 생각 했어요. 초등학교 시절 그 테이프 선물 받아 가지고 너무 좋아서 진짜 늘어지도록 들었는데 20년 후에 내가 그 노래가 만들어진 곳에 있는 거잖아요. 성지순례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게 진짜로 있었던 세상이구나 싶고. 심지어 구경 온 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가수를 데리고 왔다니. 온통 감동이었어요. 내가 이런 걸 보는 날이 오는구나. 그때가 딱 서른 살. 성취감을 빨리 맛봤죠. 그때 그 느낌은 잊을 수 없어요.

밴드 녹음할 때도 소름 돋아요. 우리나라 최고의 연주자들이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 한꺼번에 다 모여 녹음을 하는데 돈 내고도 못 볼 것을 돈을 받으면서 듣는구나 생각하게 되거든요. 내 눈앞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걸 진짜 좋은 스피커로 앉아서 들어요. 대단하죠, 정말. 오케스트라 녹음이라도 하는 날에는 눈물 나고요.




나는 일을 해놓고 상대에게는 인간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건 욕심이죠.




에이미: 저는 이직이 굉장히 잦은 사람이었어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건지 잘 상상이 안 돼요, 하나만의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장하나: 여기를 나가서 가고 싶은 회사가 없어요. JYP는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고, 박진영 씨 음악 너무 좋아했고, 박진영 씨가 베이비 페이스 음악 좋아하는데 저랑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잘 맞는 것도 좋아요.

저 회사가 더 잘나가니까 저기 가고 싶다, 돈을 더 많이 주니까 저기 가고 싶다 하는 마음이 한 번도 없었고, 그만두고 쉬고 싶다 생각한 적도 없어요. 노동을 해야죠, 어떻게 쉬어요.

더 많은 급여로 이직 제의가 온 적도 있어요, 하지만 돈이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아요.

사건의 크기를 가늠할 때도 돈으로 해결될 일은 쉬운 축에 속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떻게든 돈으로 해결될 일은 그래도 괜찮은 일이죠. 사람 손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 게 어려운 일인 거 같고요. 그래서 돈이 그렇게 저한테 큰 의미는 아니에요.

여기 다니면서 행복하고, 매일매일 웃으면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회사 일이 힘들 때도 있고, 어제도 새벽 2시에 퇴근했지만 그래도 여기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줄 회사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에이미: 스스로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자기 능력을 너무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들 보다 자기 기만을 좀 하는 편인 사람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인생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하나: 너무 많이 합니다. 자신한테 엄청나게 칭찬하고 엄청나게 예뻐합니다. 내가 나를 안 예뻐해 주면 누가 나를 예뻐해 주나 생각이 들어요. 자존감이 높아야 남들에게서 오는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어막이 되는 거죠. 안 그러면 남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며칠을 머리 싸매고 눕고, 그냥 내 손해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그냥 의미 없이 한 말일텐데 말이죠. 자신을 좋아할수록 내가 점점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데 억지로 막 나를 이뻐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고 전 자신이 꽤 괜찮다고 봐요.



에이미: 하나가 생각하는 ‘일’ 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본인의 일이 가장 좋을 때는 언제인가요?


장하나: 한 곳에서 일을 오래 하고 몸에 배어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이 그냥 나의 일부 같아요. 일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고요, 집에 있는 건 너무 힘듭니다. 재택근무할 때 우울증 온 사람이 저예요.

혼자 하는 일 보다 같이 하는 일을 더 좋아하고요.

일하면서 발견한 능력 중 하나는 사람들 연결시켜 주는 거예요.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을 따로 알고 있는데 A랑 B가 같이 일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연결시켜 주잖아요? 바로 잘됩니다.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작곡가랑 작사가를 연결시키잖아요? 너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죠.

문제는 일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친구 섞기를 잘한다는 거예요. 저는 내가 좋은 사람은 남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따로따로 알던 그룹을 섞어요, 그럼 또 그들이 융화돼서 엄청 잘 놀고 오랜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래요. 모두가 더 재밌어지는 마법이 일어나죠. 그럴 때 재밌고 짜릿해요.



에이미: 스트레스를 컨트롤하는 하나만의 방법이 궁금해요.


장하나: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습니다. 남들 말에 상처받는 타입도 아니고 점점 나이 들면서 더욱 그렇게 변하는 거 같긴 한데, 큰일 나는 거 아니면, 정말 나한테 신체적인 해를 입히거나 재산적인 큰 해를 입히는 게 아니면, 다 괜찮아요.

저는 일과 내 생활을 잘 분리한다고 생각해요. 집에 오면 스위치를 딱 꺼버린다고 하거든요. 회사에서 아무리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그 기분을 집에까지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회사 안과 밖의 삶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또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생들이 있어요.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회사는 회사고, 친구는 회사 밖에 있다고. 즐거움은 회사 밖에서 찾는 거라고요. 회사에서 개인적인 감정으로서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고요.

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좀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의 고민이나 힘든 점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노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예 입을 꾹 닫아요.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내 얘기 남한테 잘 안 하거든요. 의외죠? 다른 사람들은 제가 늘 밝고 씩씩하니까 항상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혼자서 해결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썩히고 묵히는 편 이에요. 또 제가 장녀라 아무 문제 없이 잘 커야 하거든요(웃음).

주변 사람들이 어쩌다 알게 되면 놀라고 충격받죠. 좀 가벼울 때 얘기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요, 차분하게 잘 말하고 싶지만 눈물부터 나오거든요. 눈물이 안 나려면 많이 곪아야 해요.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씩 노력하고 있어요. 일부러 해보려고요. 도움을 받으면 간단하게 답을 얻는 경우도 생기겠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쇼 1위를 찍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듯하다. 나는 오징어 게임은 (잔인해서) 보지 못했지만, 어제 '깐부치킨'에서 발 빠르게 출시한 '오징어 치킨'을 먹고 왔다. 케이팝이 처음으로 빌보드 1위를 장식했던 날, BTS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느라 새벽까지 깨어있었다. 단 한 명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가수였지만, 외국인들의 리액션 영상을 보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울 때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불쑥불쑥) 한국인인 것이 (계속) 기쁘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의 강국이 되어 가고 있는 동안 그 뒤편에서 열심히 노력했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오징어 게임도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니까.

재능 있는 사람도 이길 수 없는 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꾸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는 내가 본 사람 중 자신의 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나는 성공의 기준으로 돈도 명예도 아닌, 자신이 성공했다고 믿는 것을 꼽았다. 그래서 나는 성공이 엄청나게 쉬운 것임을 깨달았다. 성공이 뭐 어려운 건 줄 알았죠? BTS도 성공했고, 윤여정도 성공했고, 장하나도 성공했고, 나도 성공했다. 뭐 조금씩 다 다른 의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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