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기분
나는 빵을 좋아한다. 대학교 때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아침마다 빵 굽는 냄새를 맡아서 행복했다. 시식용 빵을 컷팅하며 CCTV가 없는 곳에 숨어 날름 맛을 보곤 했다. 아버지가 내가 일하던 제과점 여사장님과 데이트를 하면서, 비싸서 자주 사 먹지 못했던 각 종 빵들이 우리 집 냉장고에 그득하게 쌓이기 시작했는데, 보고만 있어도 배불렀다면 좋았겠지만 실은 다 먹었다. 한 입씩 다 물어놓고 오늘 밤엔 살찌니깐 내일 먹어야지 했다.
내가 요즘 탐닉하는 건 우리 집 앞 파리바게트 앞에 밤늦은 시간에만 생기는 가판대다. 그 가판대 위엔 여러 가지 빵을 모아서 삼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빵 꾸러미가 놓여 있다. 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열리는 가판대. 그 앞으로 지나가면서 살까 말까를 고민하길 여러 번. 결국 지난주, 크리스마스 선물 마냥 빵 꾸러미를 품에 안고 즐거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도 천안 집에 들렀다 귀가하는데, 집에서 잔뜩 받아온 반찬이며 과일이 무거워 낑낑거리는데도 빵 가판대가 열린 걸 보고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 봉지를 사고 말았다.
그 봉지 안에는 다섯 개 각기 다른 빵이 랜덤식으로 들어있는데 뭐가 들어있나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왠지 그 안에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빵이 들어가 있기라도 하면 득템을 한 듯 기분이 매우 좋다.
꼬맹이였을 때 할아버지가 사다주시던 과자 선물 세트를 뜯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무슨 과자가 있을까 두근두근 했던 마음!
그런 두근두근 했던 마음이 그립다. 시간이 자꾸 지날수록 기대하는 마음도 줄고, 설렘도 줄고, 감동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