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다 떠난 늦은 밤까지 유치원에서 둘이서 남겨져 있기도 하고
과외받던 곳에서 네가 바지에 응가를 해서 창피했던 적도 있고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우트의 제복을 입고 멋있다고 생각했고
중학교에 가서 따돌림당하는 너한테 괜찮냐고 물어볼 수 없었던 적도 있고
엄마가 없어도 괜찮겠냐고 직접 물어볼 수 없었던 적도 있고
갑자기 네가 삭발을 하고 와서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적도 있고
군대라는 곳을 너무 밀어붙이 듯이 보낸 거 같아 오는 차 안에서 엉엉 울었던 적도 있고
자취하며 머리도 안 자르고, 지저분하게 입고, 거지 같아서 같이 있기 창피하다 생각했던 적도 있고
그런데, 내가 널 키운 게 아니라 네가 그냥 혼자서 컸구나.
네가 그렇게 상처 입으면서도 전화로 밖에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네가 혼자서 부산으로 며칠 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하는데 "아... 그래?"라고 밖에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리고
난
네가 좀 더 '누나 뭐 뭐 해줘' '누나 나 뭐 때문에 힘들어'라고 넉살 좋게 말하는 아이가 아니라서 힘들다, 가끔.
여행 갔다 와서 다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신 밥 안 먹고, 아프고 그러는 일 없도록 하자. 너와 남매 아니랄까 봐 좀처럼 나도 부끄러운 말 입에 담지 못하여, 이렇게 글로라도 쓰니 뭔가 미안함이 덜 하다.
네가 어른이 된 거 같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