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

by 피츠로이 Fitzroy

나는 뭐든지 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생각에 빠지면 참을 수 없이 깊게 빠지는 것이다.

로또를 사면서, 나는 이미 1등에 당첨되어 전 세계를 누비고 있고
어렸을 적 엄마 아빠가 싸움을 하면, 나는 고아가 되어 울고 있는 상상을 한다.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있었을 때는, 선생님과 연애를 하는 구체적인 상황도 떠오른다. 장소라던지 세밀한 대화 내용까지.

이 깊이는 연애에 있어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연애가 시작되기 전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을 때보다는
연애 중, 다툼으로 냉전 중이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받아 가슴앓이를 할 때 더 깊어진다는 것.

나중에 돌이켜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말 한마디, 따뜻한 제스처로 쉽게 풀릴 수 있는 일 일수 있지만
그 답답하고 화나고 눈물 나고 상처 받은 바로 딱 그 상황에는
도무지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사소한 싸움으로
내가 싫어졌나, 내가 부끄러운가,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닌가, 그러면 난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할까, 헤어진 다음에는 얼마나 울게 될까? 1달? 1년?, 그 사람이 사준 물건들은 다 버려야 하나, 친구들한테는 뭐라고 하나,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은 언제 지워야 하나, 외국으로 떠나 버릴까...
등의 열거하면 우습지만 생각하면 눈물 나는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나는 연애에 있어서 절대 쿨하지 못하다.
쿨하게 용서하지도 못하고,
쿨하게 화내지도 못하고,
쿨하게 정리하지도 못한다.

싸우고서도 비굴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문자를 보내 상황을 정리하는 게 대부분.
그건 바로 헤어짐이 무서워서다. "너 자꾸 이럴 거면 헤어지자"이 말이 무서워서다. 이것이 내가 오랫동안 화를 내고 있지 못하는 이유다.
난 조리 있게 따지지도 못하고, 그때 어느 부분이 나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라며 상대가 납득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게 나의 천성이려나 생각해 보지만
그건 연애라서 그렇다, 라는 게 결론이다.

연애는 무겁다.
연애는 참으로 좋고, 행복한 일이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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