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이야기

고양이의 이야기

by 피츠로이 Fitzroy

고양이랑 함께 지낸 지 지금의 세 번째 녀석까지 모두 합쳐 총 반년.

나는 이들과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내가 안고 싶을 때 절대 품에 가만히 안기는 법이 없고, 조금도 상냥하게 웃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귀가하는 나를 위해 현관 앞에서 한 번 야옹하고 작은 목소리를 내주거나, 아침에 일어나 잘 잤니 인사를 하면 발치에 쓰윽 얼굴을 문질러 주고 갈 때 나는 쓰러진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 나는 그 녀석과 같이 살고 있을 뿐. 그저 집을 나눠 쓰고 있다. 나는 단지 아이에게 하루에 몇 번 먹이를 주고, 모래를 갈아준다. 대신 녀석은 내게 우리가 함께라는 묵직한 존재감을 준다.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 과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녀석의 잠든 모습. 밤이고 낮이고 어쩜 그렇게 잠만 잘까 참 팔자도 좋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자는 모습을 끔찍하게 좋아한다.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잠도 못 자게 또 귀찮게 군다는 듯 커다랗게 하품을 해대곤 다시 잠을 청한다.
내가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구나 놀란다.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 더 커졌다.
떠다 준 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흐르는 수돗물을 핥아먹는 거, 이 인간은 지금 월 하는 것인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 널 안고 있을 때 느껴지는 네 심장박동 소리, 네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갈 때 피부로 와 닿는 너의 숨소리, 아파트 복도로 들리는 사람 발소리에 빠르게 숨어버리는 너의 동작, 물건을 와르르 떨어뜨리고 혼날까 무서워 도망가는 바보 같은 모습까지- 이젠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너라는 존재. 곤. 잘 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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