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티피컬레이디 Oct 27. 2022

아스피 배우자와 육아하기 1편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부모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게 된 것은 딸아이가 돌 정도 되었을 때였습니다. 다른 글들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을 했던 것처럼 남편이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 남편의 소통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이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 예측 불가능한 상황 등에 매우 취약한 아스피의 특성상 아이가 태어나고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은 남편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남편이 최선을 다 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6살이 된 딸아이를 제 남편은 세상 그 무엇보다 아끼고 사랑합니다. 딸아이도 아빠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죠. 육아는 이렇게 보람되고 충만한 경험이지만 누구에게나 매순간 쉽지 않은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남편의 경우 남편의 아스퍼거증후군 때문에 정형인들보다 육아에 있어 더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는 매일 함께 공동육아를 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버겁고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자폐인인 남편 자체를 이해하는 과정과 함께, 자폐인과 공동육아를 할 때 어떤 영향과 특징들이 있는지 배우고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늘 하던대로 전문지식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평소 성인 아스퍼거 증후군과 그 정형인 배우자의 정신 건강과 관계에 대한 전문가로 활동 중인 Mark Hutten이라는 심리상담사의 자료들에서 많은 도움을 얻곤 합니다. Mark Hutten은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들이 파트너나 배우자와 살아가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양쪽 모두의 입장에서 잘 대변해 주고 전문적인 조언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 (유튜브 채널, 블로그, 개인 상담 및 온라인 코칭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부모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2편에 걸쳐 아스피 배우자와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성인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논의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의 양육과 부모의 역할,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가족 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그 필요성에 비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부모를 만나지는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결핍 속에서 성장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인생에서 세상의 수많은 결핍과 고난을 이겨 나갈 내공을 쌓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어린 시절의 상처나 트라우마는 평생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아스피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지만 의도치 않게 아이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와 결핍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큰 양육자입니다.  

  마크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부모는 양육에 있어 사소한 문제 뿐 아니라 심각한 문제 또한 나타낸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나 논의는 아동복지 분야에서 거의 찾아 보기 힘든데, 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자폐 부모 (즉, 아스퍼거 증후군 - 심각한 자폐가 아니라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커뮤니티가 눈에 띄지 않고, 제대로 도움을 받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언급도 합니다. 


 마크는 자폐의 핵심적인 특징인 '자기 중심성', '열악한 인지 이동', '마음 이론의 부족'육아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결국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정형인과 달리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육아의 핵심은 사실 이러한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 못하는 아기를 돌볼 때, 부모는 아의 욕구와 필요를 공감 능력을 발휘해 이해하고 그에 맞는 돌봄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아이가 자라나서 훈육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언행과 가르침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영향을 미칠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훈육이 이루어질 수 없을 테니까요.


 마크는 이런 능력의 부족 혹은 부재가 '육아장애'라고 할 수 있는 특징들로 나타나며 이러한 결핍들은 전체적인 양육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부모의 능력에 비교한 영향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자폐 스펙트럼 정도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크는 "스펙트럼에서 이 부모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즉, 자폐 정도가 어느정도 입니까?)"라는 질문을 꼭 해 봐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삶의 다른 영역들, 가령 직장에서의 역할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는 육아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음을 나타내는 지표는 될 수 없다는 것이죠.  


 마크는 최적의 자녀 양육을 위해서는 많은 측면이 누적적으로 작용을 하게되고 이에는 양육, 보살핌, 관계 맺기, 이해, 교육, 장단기 계획, 청소년에 대한 지원 제공(감정적, 관계적, 재정적) 뿐만 아니라 가르침 등 수많은 것들이 포함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양육은 반드시 부모와 자녀의 인지 사이의 강렬한 상호작용,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수반한다고 덧붙이죠. 그러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많은 부모는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위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열망하고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분명히 열심히 노력하지만, 이러한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학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야기 합니다. 

 뉴로다이버스 커플 블로그를 타 사이트에서 운영하면서 아스피 배우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혼을 고민 중이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현실적인 이유로 그럴 수는 없지만 여전히 저처럼 많은 고충을 안고 살아가십니다. 자녀가 있다면 모두 공통적으로 아스피 배우자의 양육태도에 대한 걱정이 빠질 수 없는데, 이혼 후에 아스피 배우자가 양육권을 가져가게 되면 아이에게 너무 좋지 않을 것 같아 걱정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남편은 정형인 배우자에 비해 안정된 커리어를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는 경우였습니다. 저도 여러가지 면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법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부모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그들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뇌신경학적 발달 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한 사람을 키워내는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것에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음을 알아야 합니다. 성공한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인 안정성을 더 갖추었을지라도 자녀 양육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들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더 나은 돌봄을 받고 양육 환경에서 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목적이 되어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폐라는 것의 특성 상, 부모로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결핍을 스스로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마크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부모의 경우 그들 장애의 특성 때문에 지원이 분명히 필요함에도, 부모 교육 세미나나 워크샵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아주 어린 아이들도 일상적으로 이러한 부모의 부모 역할을 하게 되는 역기능 현상이 일어납니다. 마크는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자폐증이 있는 부모들의 경우 자신의 자폐 상태와 부모로서의 역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합니다. 자녀 양육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아스피 부모들의 경우, 자폐증으로 인한  문제들이 자녀에게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심각하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그 문제점과 영향을 안다면, 그들이 종종 그런 것 처럼 헌신적인 부모가 되어 자폐증에 적합한 부모 지원 및 자원을 더 기꺼이 찾을 수 있겠지요.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많은 부모들은 유전적인 특성으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양육은 더더욱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부모들에게 양육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는 그리고 공동 양육을 하는 정형인 배우자에게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입니다. 


 아스피와 매우 깊고 친밀하며 장기적이고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해 나아가야 하는 사람이 자녀라면, 그 상호작용이 한 사람의 인생에 너무나 중요하고 막대한 영향이 있는 것이라면, 그 문제에 대해 파악하고 개입해서 도움을 주는 것은 이 문제를 바로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의 의무일 것입니다. 제 남편이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를 파악할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저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아스피 부모 본인들도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의 부모로서 사랑으로 아이를 양육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제 남편이 때에 따라 자신을 내려 놓고 저와 가족들을 위해 하는 수많은 일들처럼 자폐인들 역시 가족과 자녀를 위해 헌신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지원과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제 남편의 경우만 보아도, 제가 옆에서 백 번 이야기를 한들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거나 개선을 하려고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문제가 된다는 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문제라기 보다는 본인의 자폐가 딸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인식이 어려워 그 문제의 본질이나 심각성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남편 자신이 볼 수 없는 결핍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계속 이야기해 줍니다. 뉴로다이버시티는 제 소중한 가정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장단점을 고루 갖춘 문제이기에 그 안에서 정형인으로든 자폐인으로든 모두 행복하게 함께 성장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2편에서 '아스피 배우자와 육아하기'에 대한 글 이어가 보도록 할게요. 









이전 15화 커블러 로스의 변화 곡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