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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티피컬레이디 Aug 22. 2022

성인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특징들

성인 아스퍼거 증후군일까? 간단한 자가 진단 목록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장애 (High Functioning Autism Spectrum Disorder, HF-ASD), 아스퍼거 증후군 (Asperger's Syndrome)이 성인에게 있는 경우, 아동이나 청소년에 비해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중증 자폐와 달리 지능이 정상 범주이거나 뛰어난 경우가 많아 '미묘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티가 안 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아스피들의 경우,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족한 사회적 스킬들을 학습한 결과,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진단을 받지 않고 성인이 된 아스피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자라오면서 남들과 다르게 보이거나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끊임 없는 노력을 해 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부부나 연인관계처럼 아주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로 아스피와 장기간 인간 관계를 맺는 경우,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정형인과는 다르고, 이해나 설명이 어렵고, 매우 낯선 무언가가 있다는 거죠. 


 물론 아스피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이 모든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은 사실 상당히 넓은 범주를 포괄하고, 사람마다 성향과 특징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의 아스피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특성들을 위주로 간단한 자가진단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우선 Simon Baron-Cohen (영국 심리학자. 자폐증의 핵심으로 마음이론 부재 'mindblindness' 이론을 만들어 냄)이 간단하게 정리한 아스퍼거 증후군 자가진단 목록입니다. 


1.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2. (사람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잡담을 나누는 것이 어렵다. 
3. 학창시절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작문이 재미가 없었다.
4. 세부 사항과 사실관계를 잘 파악한다. 
5.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6. 특정 주제에 대해서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집중할 수 있다.
7.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종종 무례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8.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강하고 좁은 분야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
9. 어떤 특정한 일들을 반드시 반복적으로 정해진 대로만 해야 한다. 
10. 친구를 사귀는 것이 항상 어렵다고 느낀다. 


추가적으로 아래 목록은 Ashley Stanford 지음 Asperger Syndrome (Autism Spectrum Disorder) and Long-Term Relationships 에서 발췌, 번역한 성인 아스피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증상, 특징들입니다.


- 사회적으로 어색하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거나 친구 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함)
- 특정 주제에 과도하게 몰입한다.
- 눈치가 없고 상대방의 표정이나 바디 랭귀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잘 못 맞춘다.
-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혼란스러워 하거나 진땀이 날 정도로 어렵게 느끼거나, 감정에 대해 무관심하다.
- 사람들 간에 지켜야 하는 적절한 거리에 대한 감이 없다.
- 순진하고 속이기 쉽다.
- 종종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알아채지 못한다.
- 반복되는 루틴이 변경되거나 바뀌는 것을 참지 못한다.
-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 상상력을 동원하는 놀이를 어려워 한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한다 (특히 역할놀이).
- 기술적인 글, 과학적인 픽션과 같은 글들을 베스트셀러 소설보다 선호한다.
-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인 교류를 잘 하지 못한다. 
- 배우자나 연인, 자녀와 감정적 교감을 어려워한다.
-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고 언어의 뜻 그대로에만 한정하여 표현한다.
- 지나치게 부자연스럽게 격식을 차려 말을 한다 (가령,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존댓말 등).
- 문법, 맞춤법, 말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익히는 것을 어려워한다.
- 반복적인 루틴에 집착한다.
- 몸을 흔들거리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거나 초조하게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 말을 할 때 손동작이 거의 없다. 
- 특정 감각에 지나치게 예민하다. 소리, 빛, 냄새, 색깔, 촉감 등
- 손 잡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옷감의 부드러움이나 음식의 맛 등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경향이 있다.
- 신체적으로 어색하거나 어설퍼 보인다.
- 특정 세세한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식 진단 과정에서 쓰이는 질문지는 이보다 훨씬 길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 간단한 질문지는 공식적인 진단을 할 수 있는 용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혹은 배우자의 특이한 면이나 유별한 부분이 혹시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이 아닐까 생각이 드신다면 한번 쯤 체크해 보시는 것도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 특징들이나 질문지를 자가 진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의할 점이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언어의 뜻을 있는 그대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 중심적으로 파악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가령,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황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식으로 대응을 하면서 자신에게는 사회적 상황 이해에 문제가 없다고 회피해 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남편이 공식 진단을 받을 때 비슷한 유형의 질문에 본인은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을 한 반면, 저는 남편에 대한 동일한 질문에 꽤 어색한 면이 있다고 느낀다는 답변을 해서 큰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아스피는 본인이 친밀함을 높이기 위한 잡담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본인이 관심이 있는 특정 분야에 한정하여 '본인이' 이야기를 할 때에만 즐기는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형인들과 같이 다른 사람들의 잡담에도 관심을 가지며 주고 받는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성인 아스퍼거의 공식 진단에서는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인터뷰를 함께 할 것이 권고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호주에서는 성인 아스퍼거 진단에 배우자나 부모의 인터뷰를 반드시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추후에 남편의 공식 진단에 대한 글을 통해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진단 과정 중에 저도 남편과 같은 질문지에 답을 하고 제 답과 남편의 답을 비교하여 그 차이가 클 경우, 제 답변을 진단 결론을 내릴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인 아스피 본인만의 관점으로는 자신의 사회성 부족, 공감능력 부족, 특정한 관심분야에 대한 집중과 같은 특징들을 객관적으로 짚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핑퐁 대화가 되지 않고 눈맞춤이 어렵다라는 특징이 있지만, 이것도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언급했듯이 성인 아스피는 이미 어느 정도 사회적인 스킬을 학습을 통해 익혔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대화 스킬 (가령, 감정적인 교류나 공감을 요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얼굴의 눈이 아닌 다른 부분을 바라보거나, 눈맞춤을 짧게 하다가 다른 곳을 보고 다시 눈맞춤을 하는 등의 스킬, 혹은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도 그 사람 대화하는 데 문제도 없고 크게 눈맞춤에 이상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스퍼거일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눈맞춤도 피로도가 크지만 가능한 아스피가 있는 반면, 감각 과부화로 느껴서 매우 어렵게 여기는 아스피도 있는 등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답변도 자가 답변을 하는 경우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겠지요. 


 제 남편의 경우에도 평소에는 어느 정도 눈맞춤도 할 수 있고 실용적인 대화, 가령, 저녁 메뉴를 고르거나 누가 우유를 사올지 같은 대화를 할 때에는 주고 받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서운한 점이 있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거나, 본인의 행동 때문에 제가 감정 상하는 일이 있어서 이해를 받고 싶다는 식으로 감정적인 이해를 요하는 대화를 시도하면 거의 예외 없이 눈맞춤이 안 되고, 핑퐁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대화의 주제가 감정적인 이해나 교류를 요하는 것이 되는 순간, 핑퐁 대화나 눈맞춤이 쉽지 않아 지는 것이지요. 자폐인들에게 핑퐁 대화나 눈맞춤은 사실 자연적이고 선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노력을 통해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크고 피로도도 크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자폐인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피로도나 노력을 요하고, 사실 그렇게 해도 알기 쉽지 않은 '상대방과의 감정 교류' '감정 이해'가 중요한 대화 상황은 과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이럴 경우, 안정을 찾기 위한 행동을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멜트다운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성인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은 진단이 쉽지 않고,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가만이 제대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스퍼거 증후군은 오진의 가능성도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 중심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관심 분야 밖의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 나르시시스트와 같은 인격장애 혹은 주의력 결핍장애 (ADD)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와 같은 다른 종류의 발달 장애로 잘못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60%는 ADHD를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고, 많은 경우에 ADHD 뿐 아니라 ADD,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 등 기타 다른 장애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아스피가 위 특징에 완전히 부합하지도 않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 목록에 한정되지 않는 다른 특징들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고유한 성격이 있고 자라온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이런 점들을 고려하시고, 위 자가 진단 목록을 활용해 보시기를 권장 드려요. 더 궁금한 점이 있거나 확실한 진단을 원하는 경우에는 검증된 전문가를 통해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에 대한 글을 이어가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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