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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Aug 25. 2022

거제도와 동백꽃

feat 동백섬

   



아이들과 함께 유독 자주 가는 곳들이 있다. 제주도, 그리고 바로 거제도이다. 아이와 함께 간 거제도의 첫 여행은 첫째가 8개월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니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여행 당일에야 짐을 싸곤 하였고,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를 위한 아기띠도 미처 준비하지 않은 채 떠났다. 드넓은 거제도를 끝없이 내려가 장사도로 출발하기 직전, 대포항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아뿔싸, 아기띠. 남편과 내가 걷지도 못하는 아기와 함께 장사도에 가려고 했던 이유는 사실 사소했다. 아이가 자동차는 타봤고, 비행기도 타봤으니, 배를 태워 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아기띠가 없었던 관계로 목마도 태웠다가 업기도 했다가 안기도 했다가 2시간 동안 애를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도를 쏘다니며 아이에게 이 꽃 저 꽃, 구경시켜주며 나름대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심지어, 아이는 분유 알레르기가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모유만 먹어야 했는데, 마땅한 수유실도 없이 배고픈 시간에 임박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몰래 가슴을 열어야 했던 추억 어린 곳이 되어버렸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왔던 장면과는 사뭇 다른 여름의 장사도였다. 겨울에 동백을 보러 오면 예쁘겠다고도 생각했다. 다사다난했고, 미숙한 짐 싸기로 고생도 했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음에도 어딘가 떠날 궁리를 하게 되는 여행의 즐거움을 얻었다며 어딘가에 기록해 놓은 과거의 나다. 아이가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기는 것 같다며.


거제도 자체의 섬은 처음에는 밋밋하다는 인상이었다. 딱히 유명한 맛집도 없고 찾아봐야 간장게장이 나오는 정도였으며 커다란 크기 대비 콕 집어 가볼 만한 명소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의대 시절 같은 실습조 조원이 거제도 출신이라 다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의 첫인상이 그러했다. 거제도 자체는 별로 볼 것이 없으니,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는 것이 의당 당연한 과정인가 보다 생각했다. (지금은 주로 벨버디어 등 호캉스 하러 주로 간다.) 우리들은 외도 보타니아로 향했다. 외도는 1973년에 한 부부가 섬을 사서 식물원으로 꾸며 놓은 개인 소유의 섬으로, 95년이 되어서야 외도 해상 농원을 개장하여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아마도 내가 방문한 시점은 <겨울 연가> 마지막 회(외도가 촬영지였다) 이후였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장사도에 들른 이후 다음 섬으로 선정된 곳은 초봄의 지심도이다. 벚꽃이 슬슬 피기 시작하는 3월 중순, 동백꽃을 보러 떠났고, 동백나무로 가득한 동백섬이 바로 지심도이다. 거제도 장승포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면 지심도가 나오는데, 등산객으로 이미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아? 등산복 무리들이라고? 느낌이 싸했다. 주요 지점만 딱 한 시간 정도 보고 나가려 했는데 장사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안고 다녀야 했던 장사도가 차라리 나았다. 걸음이 불안정한데 혼자 걸으려고 하고 손도 안 잡으려 하는 '내가, 내가' 시기의 아기였기에, 100미터 걷는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거제의 동백섬, 지심도



경치가 좋았다. 초봄이지만 바닷바람이 부니 제법 추웠다. 산책로가 끝없이 이어졌고,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져 있었다. 첫째는 솔방울 던져 가며 동백섬의 동백나무와 바다를 벗 삼아 해가 질 때까지 느릿느릿 행보를 이어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고 뒤에서 살짝 밀어주면 손을 내치는 자유 의지의 네 살 아기와의 느릿한 산책이었다. 마지막 배마저 놓칠세라 결국에는 들춰 업고 뛰던 남편과 내려달라고 아우성치던 아기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남아 있다. 동백나무가 몇백 년 동안 우거진 신비의 동백섬, 지심도. 장사도나 외도에 비해 인위적으로 꾸며진 것이 거의 없었다. 서민적인 느낌의 민박집과 식당이 많고, 이삼십 대 젊은 관광객보다는 사오십대 등산객이 더 많았지만 우리들에게도 괜찮았던 거제의 지심도였다.




동백꽃 하면, 빠질 수 없는 곳들이 있다. 바로 부산 해운대의 동백섬이다. 1999년 부산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되었다. 과거에는 동백나무가 많았다지만 현재는 소나무가 더 많다. 섬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퇴적으로 인해 육계도가 되었고, 해운대 서쪽 해변으로 웨스틴 조선 호텔과 이어지며 산책로가 예쁜 곳이다. 야경이 멋진 더베이 101에 있는 대도식당에 들르면 자연스레 동백섬 산책으로 이어지곤 했다. 마린시티 사는 사람들의 운동로이자, 부산 사람들의 산책로로 유명하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보는 경치가 아주 멋지다.


부산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여수 오동도와 제주 카멜리아  역시 동백꽃, 하면 생각하는 명소일 것이다. 오동도의 초입에는 동백꽃의 그림들이 있다. 언젠가 가볼 3월의 오동도를 기대해본다. 겨울 제주를 찾는다면,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 구경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카멜리아 힐은 어린아이와 함께 산책하기 좋았다. 동백꽃은 꽃을 흔히   없는 계절에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왜인지  마음에 드는 꽃이다. 겨울을 대표하는 . 꽃이나 , 열매 모두가 유용한 성분들과 약효가 많아 버릴  없다는데, 여러 모로 마음에 든달까. 카멜리아,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 애타는 사랑’이라 한다. 다음 겨울 여행지에서 만나게  뜻밖의 동백을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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