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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Nov 24. 2022

브런치를 지속하는 힘



브런치에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은 무엇일까? 브런치 작가가 된다고 해서 물질적 보상이 따르지는 않는다. 유명인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글을 기반으로 한, SNS일 따름이다. 진입 장벽이 있어 어느 정도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작가에게 어떤 물질적인 이익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 출간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출간 작가에 한발 다가설 기회의 문을 조금 더 열어준다는 것이 강점이기는 하나, 그것도 프로젝트 당첨자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사람은 어떤 보상과 동기가 있어야 뭔가를 지속하게 되는가. 동기란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를 말한다. 욕구, 동인, 추동 등의 의미로, 행동적 힘이 강조되는 말이다. 정서적 독립성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이 본인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면으로부터 이유를 도출해 내며 유행을 쉬이 좇아가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타인의 판단과 기준이 아닌 나라는 존재가 생각해내는 판단과 기준이다.


비교적 정서적 독립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 타인의 욕구를 '알아야' 나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즐거움뿐이었다면, 소통도 공감도 보상에 대한 기대도 없이 신나게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30여 개의 글을 채울 때 그때뿐이었다. '글쓰기 연습이 필요해 ->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써야지 -> 혼자 막 쓰는 시기 ->와, 재밌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기가 지나자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구독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고,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늘고, 반응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글벗들이 생겼고, 함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조금씩 소통하는 재미가 생겼다. 이게 또 나름의 매력이 있네 싶어 또 그렇게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인해 재미가 생겼으니 나의 욕구의 이면에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공감받는 것도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난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고 유명해지길 바라는 것일까? 구독자가 아주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몇 천, 몇 만씩 구독자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왜 나의 글은 다수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못할까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네이버에 내 이름 석자를 치면 검색에 나왔으면 싶기도 하면서, 아무도 몰랐으면 싶기도 한 이상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혹시나 책을 내게 되면 필명을 쓰는 게 나을까, 본명을 쓰는 게 나을까 (혼자)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이런 마음을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뼈 때리는 조언을 했다. '책을 일단 내고 나서 고민하는 게 맞지 않냐' '일단 유명해지고 나서 걱정하시지?' 약간 어이없어하는 콧웃음과 함께 우문현답으로 돌아왔다.






브런치에 시들해질 무렵, 브런치는 내게 선물을 주었다. 브런치 어플 메인행 2회권. 22년 3월경 브런치에 처음 입문하고 나서 메인에 걸린 책들을 보면서 와 이런 건 어떻게 해야 메인으로 뜨는 걸까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해보니 그렇게 잘 쓰인 책이 아니어도 한 번씩 띄워주는 것이었다 싶다. 아무튼 그 놀라운 '메인' 페이지에 내 브런치 북이 '두 번이나' 걸렸다. <신경과 전문의 여자 사람>이 처음 메인행을 기록하였을 때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붕붕 떴고, 두 번째 <엄마, 오늘 이모 안 와?>가 메인행, 그것도 무려 2일 연속 이틀 주말행이었을 때에는 아, 이렇게까지 브런치가 띄워주는데 내 책이 그렇게 매력이 없나 싶었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음 메인행에도 잠시 갔던 아이 이건만, 반응이 참으로 없었다.)








브런치 어플 구석에 책이 소개된 적은 많았지만, 그때는 대부분 독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2주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통계에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구독자가 확 늘거나 댓글이 엄청나게 많아지거나 하는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인행은 다르다. 첫 번째 메인행으로 백여 명의 구독자가 늘었고, 두 번째 메인행으로 오십여 명의 구독자가 늘었다. 그리고 해당 브런치 북의 라이킷 수가 비슷한 수로 늘었다. 이후로 거품이 죽죽 빠지는 시기도 왔다. 찰나의 유혹으로 구독을 눌렀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훗날 취소한 사람들이 10퍼센트 정도는 되는 듯하다. (일일이 확인해 보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으나 메인행이던 책의 성격과 다른 글에 하루에도 서너 명이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위 내용은 단순 개인의 경험에 입각한 후기이며, 다른 잘 나가는 작가님들은 글 몇 개에 단박에 몇 천 구독자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분들은 내가 봐도 다음 글이 막 궁금하고 그런 작가님도 있고, 아니, 도대체 왜? 이런 분도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취향은 참으로 다양한 듯하다. 독자수의 가감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하였다. 내가 어떤 소재에 빠져 죽 관심 있게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관심을 끊어내었듯 누군가는 비슷한 이유로 그럴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갑자기 탈퇴를 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타가 와서 관심독자를 모두 없앴을지도 모르며, 또 누군가는 그저 피드를 정리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내 글이 별로여서,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내가 글쓰기를 이어가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이다.






최근 기분이 안 좋았던 2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이모티콘 미승인이고 하나는 네이버에서 뉴로그림 검색 실종이다. 가끔 심심풀이 땅콩으로 네이버에 '뉴로그림'을 검색하곤 하는데 그러면 여기 브런치가 제일 위에, 두 번째에 인스타그램이 있어서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고 뿌듯해하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링크 두 개가 모두 실종된 게 아닌가? 검색 알고리즘이 바뀐 건지, 혹시나 하여 넘기고 넘겨 보니 7페이지에야(!!) 브런치 하나 나온다.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다음에서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매거진이 사이트 제일 위에 나오건만. 구글에서 검색해도 브런치와 인스타가 첫 페이지에 다 나오는데, 왜 네이버만 실종인 것일까. 평소 같았으면 별로 개의치 않았을 것 같은데, 최근 카톡 이모티콘도 떨어지고 좌절감을 맛보던 차에 그러니 기분이 더욱 안 좋았다.


좌절감에 대해 글을 써 볼까, 하다가 프로필 문구(긍정주의자)와 너무 어울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절감을 겪었으나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가면 되지,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쓰다 보면 정리가 될 것이다.


이모티콘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내가 얻은 아이패드 그리기 기본 스킬들은 어디 가지 않을 것이다. 반복적인 실패를 통해 얻어낸 나의 노하우들이 도망가지는 않는다. 나는 이번 기회에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림을 제출하는 법을 터득하였고, 좀 더 기술적으로 나아 보이는 방법들을 익혔으니 열 번 나무 찍어 실패를 하더라도(열 번 찍어도 안 넘어올 것만 같다), 실패가 영원한 실패는 아니라 믿기로 하였다. 실패해봐야 뭐, '이모티콘 작가' 타이틀 못 딴 게 다가 아닌가.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하면 또 어떤가. 그 '누구'도 '이모티콘 작가'가 쉽게 되지 못하면서. 별일 아니다.


글을 쓰다 보니 기분이 나아졌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정화를 얻는 사람이었다. 뉴로그림 검색해서 내가 안 나오면 어떤가, 어차피 아무도 검색 안 해볼 텐데. 별일 아니다. 안 유명하면 또 어떤가. 편하게 잘 살면 되지. 유명해지면 또 어떤가. 유명한 채 그냥 살아가면 그만이지. 별일 아니다. 세상만사 온통 별일 아니다.


그저 마음의 정화를 얻고 나의 브런치를 이어가기로 한다. 이미 나의 정체성은 (브런치) 작가이며 글쓰기를 이어갈 힘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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