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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r 22. 2022

Musical 젠틀맨스 가이드

고은성 배우 보러 갔다가 오만석 배우한테 반해 돌아온 이야기



뮤지컬 배우 고은성을 보러 가려고 VIP석  예매를 했다. 이 얼마만의 뮤지컬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젠틀맨스 가이드 - 고은성 출연을 보고 사심 가득 무슨 뮤지컬 인지도 모르고 예매를 덜컥했던 것. 2014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BEST MUSICAL 그랜드슬램을 수상한 것 때문도 아니고 2014 토니 어워드 수상작이라서도, 화려한 수상 경력과 관객 평점 9.8이라는 기록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고은성 배우님을 향한 나의 팬심에서 비롯된 순수한 열정이었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할로는 유연석-이석훈-고은성이, 1인 9역 '다이스퀴스' 역으로는 오만석-정성화-정문성이 캐스팅되어 있었고, 의당 당연히 (유연석도 이석훈도 물론 좋지만) 요즘 최애인 고은성 배우가 출연하는 타임을 골라 예매를 했다. 제발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공연장에 올 수 있기만을 기도하면서.

 

임신하고 첫째 낳고 둘째 낳고 키우느라 보낸 세월이 제법 길긴 했나 보다. 10년이 넘은 세월이 흘러 문화의 불모지였던 이곳에서도 괜찮은 시설의 새로운 공연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무대 장치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LED 영상으로 만든 배경도 제법이었고 적절하게 잘 연출하여 스토리를 이어가며 흥미를 끌었다. 예전과 달리 박물관이나 체험관의 발전된 모습에 요즘 애들 진짜 좋겠다며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공연 문화도 제법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는 생각을 했다.



기발한 재미와 유쾌함으로 지친 일상에 웃음을 되찾아 줄 세련된 뮤지컬 코미디
독특하고 참신한 전개와 재치 넘치는 대사!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기상천외하고 쫀쫀한 스토리!
힘든 시기, 지친 관객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줄 고품격 뮤지컬 코미디
아름다운 음악과 풍부한 볼거리
귀를 사로잡는 통통 튀는 '킬링 넘버'들과 12인조 오케스트라가 펼쳐내는 아름다운 음악!
빅토리아 풍 무대 장식과 다채로운 의상, 무대를 시시각각 변화시키는 LED 영상까지!
단 한순간도 눈을 뗼 수 없는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전무후무 뮤지컬 코미디



젠틀맨스 가이드. 1909년 런던 배경. 가난하게 살아가던 '몬티'는 어머니가 돌아가지고 나서야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여덟 명의 '다이스퀴스'가 모두 죽고 나서 백작이 되는 이야기이다. 몬티가 바로 고은성 씨고, 다이스퀴스 역에 마침 오만석 씨가 출연할 참이었다. 몬티 역의 고은성 씨가 나왔다. 어휴, 잘 생긴 데다 비율도 좋고 노래도 잘한다. 귀에 착착 감기는 발성과 눈에 쏙쏙 들어오는 표정 연기라니.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역시 내 최애 배우야. 점점 빠져들던 차에, 다이스퀴스 오만석이 등장했다.


1인 9 역이라니! 국민가수에 출연했던 고은성에게 역시 국민적이구만, 해서 관객들의 웃음이 빵 터지게 했고, "고운 성~품'을 수회 반복하며 자꾸 나를 웃겼다. 출연진에 따라 애드리브도 다른 모양이다. 고운 성품의 고은성이라니. 아재 개그에 자꾸 웃음이 났다. 나와 코드가 딱 맞는 대본 혹은 애드리브이다. 웃긴 포인트가 이후로도 사실 굉장히 많았는데, 둘째 낳고 뇌를 함께 낳은 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만석 씨가 거의 내 웃음의 70프로는 차지했을 것이다. 발성도 훌륭하고 노래도 잘하고 연기가 일품이었다. 나는 실은 고은성을 보려고 온 건데, 오만석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그날 하루가 고단했어서 저녁 공연 보다가 졸릴까 봐 걱정을 한 건 기우였다.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전무후무 뮤지컬 코미디. 정말이다. 내 앞에 사람이 유독 앉은키가 커서 무대 중심부만 보이지 않아서 살짝 기분이 상한 것만 빼면 완벽한 공연이었다. 라테는 말이야, 뮤지컬이 끝나면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사인을 해줬지.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공연한 배우들은 다른 통로로 나간다는 친절한 답변만 돌아왔다. 공부하느라 수련받느라 육아하느라 날려 먹은 내 지난 세월들이 생각났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공연을 보러 나오고 최애 배우에게 사인받아 보겠노라고 기다린 게 새삼 웃기고도 슬펐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좋은 공연 다 찾아다니며 보고 싶어졌다. 또 누군가에게 빠져 다른 누군가에게 반하는 경험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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