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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r 31. 2022

브런치 예찬

글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


브런치라는 곳을 알게 된 지 한 달째다. 주로 사용하던 포탈은 네이버나 구글이었고, 한때 다음 카페에서 활동하던 시절을 제외하고 수년간 다음에서 멀어져 있었던 나였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책 출간을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매일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던 차에 발견한 브런치. 사실 처음에는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채, 작가 신청부터 덜컥해버렸다.


작가의 서랍을 몇 개 채워야 신청이 되는데, 퇴직 이야기부터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한 에세이가 주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르고, 막연히 옴니버스 소설을 써보겠다며 <해바라기 화실>을 구상했다. 글을 써가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의 글에도 관심 가지고 읽어보니, 내가 너무 동떨어진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조금씩 브런치에 대해 알아가고 관심 가지면서 다른 종류의 글도 써보게 되고 브런치 북도 내보고 매거진도 만들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이거 너무 괜찮은 플랫폼이다. 내가 생각하는 브런치의 강점을  보면,

1. 광고가 적다. 일단 독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혹은 업체로부터 협찬받은 글이 적었다.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검색을 하면, 이것이 내 돈 내산인지 진정한 사심 없는 평가인지 일일이 살펴봐야 하지만, 브런치에는 그런 영리적인 목적성 글이 별로 없었다. 어그로 끌기 위한 자극적인 글도 적다. 홍보용 글이 적다는 것은 양질의 정보를 얻을 기회를 높여준다.


2. 전문적이다. 한방에, 아무 정보 없이, 가입하자마자, 운 좋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그 내면에는 내가 신경과 전문의이고,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써보겠다는 각오를 비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본인의 전문성이 부각되거나, 독자층이 많지 않더라도 그 특수성이 인정되면, 작가 등단의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내가 쓰는 글이 '남들 다 쓰고 흔해 빠진 것'이 아니라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나는 기회를 쉬이 얻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도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내가 아는 분야가 세상의 다는 아닐진대, 다양한 직업군을 만날 수 있고, 내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분야라 할지라도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도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도 좋았다.


3. 글쟁이를 위한 곳이다. 정사각 이미지와 짧은 글귀로 직관적으로 사람을 끄는 인스타그램이나 빠른 흐름과 짧은 호흡으로 내뱉는 말이 모여있는 트위터, 그리고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유튜브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보인다. 기본 베이스가 '글'이기 때문에, 글자를 좋아하고 글 읽기를 선호하는 아날로그식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주 타깃은 30-40대가 되겠지만, 10-20대 아이들 일부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짧은 호흡의 영상물에 익숙한 세대라고는 하지만, 분명 그중에서도 양질의 데이터 수집과 정보, 혹은 감성에 목마른 자가 존재한다. 요즘 사람들 책 안 본다 안 본다 해도 보는 사람은 다 보고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제대로 된 것을 찾으려는 수요는 전 세대에 어느 정도는 다 있다. 대세는 아니더라도 소수의 목마름에 응해주는 곳이 브런치가 아닌가 한다.


4. 플랫폼의 구성이나 디자인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뒤늦게 찾아본 글쓰기 코칭이나 브런치 공략집 같은 것을 읽어보면 일단 글을 쓴다, 워드나 한글 또는 글쓰기 어플 등을 이용한다, 여러 방법론이 등장하지만, 나의 경우 그냥 브런치에 바로 작성한다. 다음 블로그, 티스토리를 거쳐 다음만의 특화된 깔끔한 디자인으로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이폰이 진짜 좋고 가성비가 좋아서 쓰는 게 아니라 대부분은 뽀대 나서, 멋지니까, 예뻐서, 쓰는 사람들이 많듯, (물론 써보면 기능도 좋다.) 그것만이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방대한 정보와 다양한 플랫폼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잘 세운 것 같다.


5. 맞춤법 검사와 모바일 미리보기를 해준다. 수정 사항이 조금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왜냐하면 '브런치 북'은 그 자체로 브런치에서 만든 용어인데 '브런치 북'으로 띄어쓰기를 하라고 경고창이 뜬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내가 워드나 한글에 글을 쓰지 않더라도 이곳의 플랫폼만으로도 오타나 띄어쓰기의 오류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E-book이나 브런치 북 같은 것을 모바일로 많이들 보기 때문에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일 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바일 미리보기로 각종 모바일 크기에 맞게 가독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적절한 문단 구성을 해볼 수 있다.


5. 매거진이나 브런치 북은 출간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글쓰기를 누르고, 작가의 서랍을 다시 읽으며 퇴고하고, 발행하기 전 주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전부였다. 살아오면서 할 말이 많았던지 글이 조금씩 쌓여가자, 글을 분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분류법이 기가 막힌 게 바로 매거진이었다. 매거진은 나만 쓸 수도 있고, 남과 같이 할 수도 있고, 내 글을 분류해놓기 좋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매거진 속의 글이 하나씩 산발적으로 있어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작가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시스템 같았다. 내 글을 분류해놓고 글이 쌓이면 출간 책 분량은 아니지만 미니 온라인 북 같은 개념으로다가 브런치 북으로 간단히 만들어볼 수 있다. 브런치 북의 경우에도 플랫폼이 잘 짜여 있어 목록과 챕터를 나누고 제목을 정하고 타깃을 써두면 미니책이 완성된다. 발행을 누를 때 얼마나 설레던지! 라이킷이 없어도, 댓글이 없어도, 뭔가 굉장히 뿌듯했다. 이 세상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나의 작품 하나가 생겼다는 것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6. 통계가 나온다. 결국 최종적으로 이곳에서의 작가들이 바라는 것은 독자들의 사랑과 출간 소식이 아닐까? 그 꿈을 향해서 나가가려면, 어떤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지, 어떤 경로로 내 글을 접하게 되는지 알아내는 것이 독자층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어떤 글에 더 열광하고 접근하며 완독 하는지 알려주는 브런치는 정말이지 친절한 플랫폼이다. 오늘은 몇 명이 내 글을 조회하였는지, 그 조회로 다른 글까지 이어지는지, 내 브런치 북을 본 사람은 어떤 연령대인지, 완독 한 사람은 그중 몇 퍼센트 정도인지를 알려준다. 이게 약간 단점도 될 수 있는데, 통계에 도움을 얻어야지, 집착을 해서는 안 된다. 매일 글을 하나씩 올리면 글을 올리는 순간 몇 시간 정도 새 글의 조회수가 늘어난다. 아마도 새 피드에 관심 가지고 보는 구독층이 있는 것 같고, 연관 검색어나 글 관련 주요 단어 선택으로 유입되기도 하는 것 같다.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쓰면 조금 더 유입 확률이 높아지지만, 단발성 관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 쓰고 싶은 분야를 계속 쓰다 보면 조금씩 기회도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작 한 달의 경험으로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양 글 하나를 양산한다는 게 조금 가소롭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몇몇 소수의 사람들만이 들러 글을 읽고 있으니 조금 더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구독해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 없이 내 마음대로 마구 글쓰기엔 지금도 괜찮은 거 같고, 양가감정이 생긴다. 아, 요즘 글쓰기 하느라 놀 시간이 없어, 했더니 남편이 그랬다. '즐거운 일이잖아.' 처음에는 나의 노력과 꿈을 위한 한걸음을 비아냥거리는가 싶어 다소 발끈했지만,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오늘은 그냥 넷플릭스 볼 테야, 했지만 또 나는 글을 쓰고 있었고, 피곤하지만 즐거운 일인 것이 맞았다. 지금은 오다가다 사람들이 가끔은 라이킷을 눌러주기도 하고 (약간 적선받는 느낌도 든다. 그래 수고했다, 내가 라이킷 하나 줄게.) 유입경로라고는 '오미크론 증세'와 같은 단발성 경로밖에 없지만, 그것도 좋은 경험이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나에게는 작은 기쁨이며, 보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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