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을 통해 뇌에 전극을 심는 endovascular array
1. 실제 인간의 뇌에 전극을 심은 실험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종류의 전극이 쓰였어. '심는 방법'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혈관을 통해 전극을 원하는 곳까지 '밀어넣는' 방법과, 피질에 전극을 직접 '꽂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어.
2. 혈관을 통해 전극을 밀어넣는 뇌혈관내 배열(Endovascular array, EVA)는 원통 그물 모양의 스텐트(stent)와 카테터(catheter)라는 도구를 통해 이뤄져. '꽂는' 방법에 비해 회복 기간이 짧고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게 큰 장점이지.
3. 하지만 목표 지점에 따라 근처 혈관을 통해 전극을 가까이 위치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혈전과 동맥류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어. 성능은 경막 위, 아래에 전극을 직접 삽입하는 것과 엇비슷하거나 살짝 떨어진다고 해.
오늘은 ‘뇌에 전극을 어떻게 심을까?’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 뇌에 전극을 심는 실험,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쥐나 원숭이 같은 실험 동물이 아니라, 실제 인간으로 대상으로 한 실험 말이야.
뇌에 무언가를 심는 실험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1874년에 Roberts bartholow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 시행되었어. 골암(bone cancer)으로 뇌가 노출된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전기 자극으로 몸을 움직이는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보고자 했지. 그 이후에도 신경 세포 전기 신호로 기계 장치를 움직이거나, 컴퓨터와 의사 소통을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다가 1998년에 조지아 공대에서 처음으로 ‘장기간’ 침습적 BCI를 위한 실험이 진행되었어.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총 6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8건의 침습적 BCI 실험이 이뤄졌어. 주로 척수 신경 손상, 운동 신경이 파괴되는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 병), 뇌졸중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크게 4종류의 전극이 사용되었어. 이 전극 종류를 살펴보면 ‘심는 방법’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어! [2]
얇은 관 안에 신경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넣어서, 그 관 안으로 신경 세포가 자라 들어오게 하는 신경 영양 전극(neurotrophic electrode, NTE), 지난 번에 살펴본 유타 전극이나 미시간 배열처럼 전극이 2차원으로 늘어선 마이크로 전극 배열 (microelectrode array, MEA), 대뇌 피질 표면에 전극을 부착해 신호를 얻는 뇌피질전도(electrocorticogram, ECoG), 마지막으로 혈관을 통해 전극을 삽입하는 뇌혈관내 배열(endovascular array, EVA)가 그 종류야. 이들은 각각 장단점과 특징이 있지만, ‘심는 방법’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둘로 나뉘어. 혈관을 통해 삽입하는 EVA와, 직접 뇌 표면을 통해 전극을 삽입하는 NTE, MEA, ECoG로 나뉘지. 이 두 가지 방법 각각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혈관을 통해 전극을 삽입하는 EVA야. ‘카테터’(catheter)라는 도구를 통해 ‘스텐트’(stent) 형태의 전극을 혈관을 통해 원하는 곳까지 밀어 넣는 방식으로 이뤄져. 스텐트는 원통형으로 생긴 그물망인데, 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기 위해 쓰여. 두개골을 열어 피질에 직접 전극을 ‘꽂는’ 다른 방법에 비해 확실히 감염 문제에 있어서도 자유롭고, 회복 기간도 짧아. 혈관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중추 신경계, 말초 신경계 구조물도 많고. 첫 화에 잠깐 나왔던 Synchron이라는 회사가 이렇게 혈관을 통해서 설치하는 Stentrode라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 [1]
그럼 기존 방법에 비해 성능은 어떨까? 두 연구팀에서 stentrode와 두개골 바로 안 쪽의 막인 경막위(epidural), 경막 안에 설치한 MEA의 성능을 비교한 연구를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수행했어. [3, 4] 측정 대역 폭(recording bandwidth), 전력 스펙트럼(power spectrum) 측면에서 대체로 비슷하거나, 경막 아래 MEA보다는 살찍 밀린다고 나왔어. 또 측정 주파수와 위치에 따라 성능이 조금씩 달라진다고도 했지. 전반적으로 MEA와 비등비등하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 떨어지기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또 다른 리뷰 논문[6]에 따르면, 측정 주파수에 따라 공간 해상도와 신호 감지가 저하되기도 했대. 아마 주파수에 따라 신호가 혈관 벽을 잘 통과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또 시간이 지날 수록 스텐트가 설치된 부분의 혈관이 막히지는 않았지만 좁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해.
혈관을 통해 삽입하는 방식의 단점은 없을까? 먼저, 다른 스텐트 시술과 마찬가지로 혈전이나 동맥류가 생길 확률이 올라가. 혈전은 ‘피떡’인데, 혈액 속의 혈소판이 뭉쳐서 생겨. 혈전이 생기면 혈관이 막히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동맥류는 약해진 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푸는 현상인데, 심해지면 그 부분이 터져서 출혈이 생길 수 있어. 혈전이나 동맥류가 생기는 건 혈관 내에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혈류에 변화가 생기고, 혈관 벽에 기계적 자극이 가해지는 탓이 커. 또 삽입한 스텐트 위로 내피 세포가 자라며 스텐트가 안착하는 걸 ‘내피화’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이물질에 대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서 혈전이 일어나기 쉬워지기도 하지. 또 아무리 혈관이 뇌 곳곳에 퍼져있다고 해도, 모든 곳에 있진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원하는 타깃까지 전극을 위치시키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어.[1]
또 하나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충전’이야. 혈관을 따라 유선 충전을 할 경우 보통 목에 있는 큰 혈관인 경정맥(jugular vein)을 지나게 되는데, 목을 움직일 때 연결 전선에 의한 상처가 생길 수도 있고, 그 선을 따라 감염이 생길 수도 있어서 무선 충전 방법 마련이 필요해. 2018년에 이뤄진 연구는 자기장, 전기장, 기계적 에너지를 활용한 방식으로 30mm 깊이에 설치한 스텐트 전극을 무선 충전해서 2.6%의 충전 효율을 얻었대. 충전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살펴볼게.
그 밖에도 신호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움직임에 영향을 덜 받는 방법 등을 연구 중이야. 스텐트 전극 시술 시 혈전 방지제는 어떻게 복용해야 할지 등의 프로토콜에 대해서도 아직 표준 안이 없는 상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앞서 말했듯이 EVA는 타깃 위치에 따라 전극을 가까이 위치시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질병에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야. 특히 파킨슨 병을 침습적 BCI를 통해 치료하고자 할 때, glutamate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해서 운동 조절에 크게 관여하는 시상하핵(subthalamic nucleus, STN)라는 뇌의 부위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데, 이 구조물은 혈관을 통해서는 접근하기가 어려워. 대신 기존의 치료법으로 잘 해결되지 않던 신경 정신병증 등에 시도해볼 수 있어.
혈관을 통한 전극 삽입이라니, 어때? 난 처음 들었을 때 두개골을 쪼갠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 많았는데, 그걸 하지 않고도 전극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이 되게 놀라웠어.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줘. 아직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인데, 흥미로운 연구 소식이 생기면 또 알려줄게.
다음 번에는 이번에 다루지 않은, 직접 뇌에 전극을 ‘꽂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 해! 전극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자리잡게 하기 위한 방법, 말랑하게 만든 전극이 피질을 뚫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 등을 알아볼 거야.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줘!
1. Fan, J.Z., Lopez-Rivera, V., Sheth, S.A., 2020. Over the Horizon: The Present and Future of Endovascular Neural Recording and Stimulation. Frontiers in Neuroscience 14.. https://doi.org/10.3389/fnins.2020.00432
2. Patrick-Krueger, K.M., Burkhart, I. & Contreras-Vidal, J.L. The state of clinical trials of implantable brain–computer interfaces. Nat Rev Bioeng (2024). https://doi.org/10.1038/s44222-024-00239-5
3. Oxley, T. J., Opie, N. L., John, S. E., Rind, G. S., Ronayne, S. M., Wheeler, T. L., et al. (2016). Minimally invasive endovascular stent-electrode array for high-fidelity, chronic recordings of cortical neural activity. Nat. Biotechnol. 34, 320–327. doi: 10.1038/nbt.3428
4. John, S. E., Opie, N. L., Wong, Y. T., Rind, G. S., Ronayne, S. M., Gerboni, G., et al. (2018). Signal quality of simultaneously recorded endovascular, subdural and epidural signals are comparable. Sci. Rep.-U.K. 8:8427. doi: 10.1038/s41598- 018- 26457- 7
5. Aldaoud, A., Redoute, J.-M., Ganesan, K., Rind, G. S., John, S. E., Ronayne, S. M., et al. (2018). Near-field wireless power transfer to stent-based biomedical implants. IEEE J. Electromagn .Rf Microwaves Med. Biol. 2, 193–200. doi: 10.1109/jerm.2018.2833386
6. Soldozy S, Young S, Kumar JS, Capek S, Felbaum DR, Jean WC, Park MS, Syed HR. A systematic review of endovascular stent-electrode arrays, a minimally invasive approach to brain-machine interfaces. Neurosurg Focus. 2020 Jul;49(1):E3. doi: 10.3171/2020.4.FOCUS20186. PMID: 32610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