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전극 소재
금속, MEMS 기반 실리콘 전극, 전도성 고분자, 탄소 나노튜브 등의 소재가 시도되어왔어. 최근에는 나노 수준의 가느다란 전극을 만들어서 뉴런의 모양을 본뜨거나, 여러가지 나노 소재를 혼합해서 사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야.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전극을 어떤 소재로 만드는지 알아보려고 해. 지난 번에는 전극 소재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알아봤었어.
전극 소재의 핵심 조건은 '안전하게, 오래, 잘' 신호를 주고받는 것!
'안전하게, 오래' 주고받기 위해서는 면역 반응과 부식이 없어야 해. 이를 위해선 생체 독성이 없고, 생체 적합성이 좋고, 부드러워야 해.
'잘'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선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아야 해. 이를 위해서는 임피던스, 전극 크기, 소재 종류 등을 신경 써야 하지.
오늘은 이를 기반으로 실제로 전극 소재로 어떤 것들이 연구되었는지 살펴볼게.
가장 먼저 사용되었던 건 금, 이리듐, 텅스텐, 백금 같은 금속이야. 전도성이 좋아 전기 신호를 읽는 전극을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택지였을 거야. 백금이나 금 같은 소재는 체내에서도 안정하다고 알려져 있기도 했고. 다른 전자 제품으로도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Printed circuit board(PCB)같은 형태로 만드는 공정도 쉬웠어. PCB는 가는 전극들을 고정하고 지지하는 판 같은 부품이야. 침습형 BCI 전극 연구 초창기에 거의 50년 동안, 1950년대까지는 금속이 많이 쓰였어.
하지만 금속 소재는 임피던스 값이 높고, 전극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전하의 양(charge storage capacity)도 적었어. 지난 글에 잠깐 나왔지만, 임피던스 값이 높으면 주위의 활동 전위 변화에도 전류 신호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전극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전하의 양이 적으면 전극을 통해 적절한 자극을 피질에 전달하기가 어려워. 백금의 경우 저장할 수 있는 전하의 양이 대략 0.05-0.15 mC cm^(-2)인데,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의 망막 조직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최소 0.05–0.35 mC cm2정도의 전하 저장 능력이 필요하거든. 그 외에도 표면을 따라 연결된 전선으로 인한 수술 합병증 문제, 밀집된 전극들이 움직이며 생기는 조직 손상, 전극을 적절히 구부려 표면에 이식하기 어렵다는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어.
두번째로 시도된 건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MEMS라는 기술로 만든 실리콘 전극이야. MEMS는 반도체 같은 극히 정밀한 소자를 만드는 기술이야. 기판 위에 얇은 막을 입히고(증착), 레이저를 통해 원하는 구조를 새기고(리소그래피), 불필요한 막을 제거(에칭)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이러한 MEMS 기술를 이용하면 PCB 기판에 금속 전극을 고정할 때보다 훨씬 고밀도로 전극을 배열할 수 있어.
이 MEMS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전극에는 크게 유타 배열(Utah array)과 미시간 탐침 (Michigan probe)이 있어. 유타 배열은 사각형 판에 25-100개의 전극이 배열되어 수 mm^3 부피의 직육면체 형태로 되어 있어. 미시간 탐침은 50-100um 길이의 축에 8-64개의 전극이 늘어선 형태야.
두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MEMS를 통해 만든 실리콘 전극이 이상적인 전극의 두께보다 두껍다는 것과 너무 단단하다는 거야. 때문에 실리콘과 polyimide(PI)라는 소재를 이용해 전극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려는 시도 등이 있었어. 2021년에는 미시간 탐침 형태의 전극에 parylene C라는 복합체와 PEDOT:PSS, PEG라는 재료를 이용한 코팅을 이용해 조직 친화성과 전극 밀도를 높인 연구도 있었어.[3]
이러한 전극들을 실제 사람한테 이식했을 때는 어땠을까? 2021년에 백금과 산화 이리듐으로 만든 유타 배열 전극을 뇌에 심은 두 명의 환자를 추적 관찰한 논문이 발표되었어. 첫번째 환자는 2개의 백금 전극을 980일 동안, 두번째 환자는 두 개의 백금 전극과 2개의 산화 이리듐 전극을 182일 동안 이식한 상태였어. 확실히 시간이 오래될 수록 조직 반응으로 전극 주위에 장벽이 쳐지는 tissue encapsulation 현상과 전극 부식이 일어났다고 해.[2]
그 다음으로 2000년대 들어서 시도된 소재는 전도성 고분자야. 전도성 고분자는 전자가 고루 흩어지고 오비탈 간의 중첩이나 상호작용이 많은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전류가 잘 흐르는 고분자를 뜻해. 폴리아세틸렌(polyacetylene, PA), 폴리아닐린(polyaniline, PANI), 폴리피롤(polypyrrole, PPy), PEDOT 등이 있어. 그 중에서도 PPy도 생체 친화성이 좋고 제조가 쉬워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야. PEDOT도 안정성과 전도성이 좋아서 자주 쓰여. 전도성 고분자는 금속에 비해 임피던스가 낮고, 생체 친화성이 좋아서 다양한 생체 물질과 함께 쓰이기도 해.
단점은 이러한 전도성 고분자 코팅이 금속 전극으로부터 잘 떨어진다는 거야. 때문에 장기간 신체 내에 있었을 때 코팅이 다 벗겨질 수 있어. 이러한 문제는 주로 금속 전극 표면에 특수한 처리를 하는 걸로 해결하는 편이야. 코팅과 전극의 접착력은 cyclic voltammetry(CV)라는 방법으로 측정하는데, 백금 전극의 표면에 구멍이 많은 층을 추가했더니 PEDOT 코팅과의 접착력이 10배 정도 향상되었대.
2010년대 들어서는 탄소 소재가 사용되기 시작했어. 탄소분자들이 육각형을 이루며 벌집처럼 평면을 이루는 걸 그래핀(graphene)이라고 하는데, 이 그래핀이 원통으로 말린 구조가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야. 이들은 전기전도성이 높고, 임피던스와 강도가 낮아. 또 표면을 원하는대로 가공하기 편하고 열 전도율도 좋지. 단점은 아직 체내에서 독성이 없는지,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야.
2020년대 들어서는 두께를 나노 수준까지 낮춰서 실제 뉴런과 비슷한 크기의 세밀한 전극을 만들기 시작했어. 뉴런의 모양을 본떠서 실제 뉴런들 사이에 섞여 신호를 얻는 전극도 있어.(Neuron-like electronics, NeuE) 또 하이드로겔(hydrogel)을 비롯한 여러 나노 물질들을 함께 사용해 여러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야. 하이드로겔은 여러 생체 물질과 함께 쓰이기 쉬워 약물 전달(drug delivery) 등에 쓰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더 적합한 소재를 찾아가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오늘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NeuE나 하이브리드 나노 소재는 기회가 되면 또 자세히 알아볼게.
다음 번에는 전극을 심는 방법에 대한 얘기로 돌아올게! 고마워 :-)
수요일(12/25) 대신 토요일(12/28)에 들고 올게.
[1] Wu, N., Wan, S., Su, S., Huang, H., Dou, G., Sun, L., 2021. Electrode materials for brain–machine interface: A review. InfoMat 3, 1174–1194.. https://doi.org/10.1002/inf2.12234
[2] Woeppel, K., Hughes, C., Herrera, A.J., Eles, J.R., Tyler-Kabara, E.C., Gaunt, R.A., Collinger, J.L., Cui, X.T., 2021. Explant Analysis of Utah Electrode Arrays Implanted in Human Cortex for Brain-Computer-Interfaces. 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 9.. https://doi.org/10.3389/fbioe.2021.759711
[3] Srikantharajah, K., Medinaceli Quintela, R., Doerenkamp, K., Kampa, B.M., Musall, S., Rothermel, M., Offenhäusser, A., 2021. Minimally-invasive insertion strategy and in vivo evaluation of multi-shank flexible intracortical probes. Scientific Reports 11.. https://doi.org/10.1038/s41598-021-9794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