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일기

후회

by 느루 작가

우리 할아버지는 식사를 잘 안 하신다.

자장면과 탕수육을 좋아하신다.


우리 할아버지는 음료수를 안 좋아하신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저녁에 꼭 드신다.


할아버지는 빵을 좋아하신다.

내가 만들어드린 초코빵을 다 드셨다.


내가 만든 떡볶이는 다음에 또 해달라고 하셨다.

내가 만든 달걀볶음밥도 다음에 또 해달라고 하셨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면 꼭 찾아뵈러 온다고 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꼭 찾아뵈러 간다고 했다.


다시 여름이 되었을 때 연락이 왔다.

바로 할아바지댁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금방 갈 수 있으면 한 번 갈 걸.

한 번만 갈 걸.


할아버지는 안 계셨다.

자식 손주 다 모여도 할아버지는 안 오셨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홀로 먼 길을 가셨다.

먼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그렇게 부르시더니

결국 삼촌이 모시고 가셨나보다.


할아버지, 거기에선 삼촌이랑 맛있는 거 잘 드셔야 해요.

아프시지 말고,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빵이라도 사서 보내드릴걸.

할아버지가 뭐 좋아하시는지 다 알면서도 하나도 안 해드렸다.


매일 뭐가 바쁘다고 한 번을 안 찾아갔을까.

할아버지댁에 가면 여전히 마루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계실 것만 같다.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집에, 다시는 갈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무거워서, 죄송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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