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토록 입체적인 캐릭터 2

중학생의 세계

by 요롱

2학기가 되었고, 아이들은 저마다 조금씩 성장하여 제법 중학생다운 면모를 띠고 등교하였다. 준현이는 우려와는 달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지각을 했으나 오히려 1학기 말의 어수선함이 다소소 정리된 모습을 보였다. 1학기 때 얼굴을 붉히며 지도를 하기도 해서 준현이와 나 사이에 다소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지만, 방학이라는 시간의 텀이 생기자 준현이는 이내 사람 좋은 얼굴로 돌아왔다.


9월에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1박 2일 인성수련회가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 하룻밤 같이 신나게 보낼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인성수련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이들에게서 핸드폰을 걷었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을 늘 놓지 않는 패턴의 삶을 살고 있다. 때문에 학교에 등교할 때와는 다르게 수련회 장소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게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소지품 검사를 할 수는 없었기에 2, 3번에 걸쳐 경고를 하였다. 한 방에 아이들이 10명 가까이 함께 잠을 자므로 핸드폰을 소지할 경우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과, 진짜 내지 않은 것이 걸렸을 경우 일주일 동안 핸드폰을 압수할 수밖에 없다고. 3번의 경고에 끝내 내지 않았던 2명의 여학생이 냈고, 준현이는 끝까지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했다.


광란의 장기자랑의 밤이 지나고 취침 준비를 하던 중, 우리 반 남학생들에게서 준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핸드폰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가서 현장을 확인했고 핸드폰을 압수했다. 이에 준현이는 내가 방을 나간 뒤 화를 내고 욕을 하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다음날 수련회를 마치며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으나 준현이 것은 가지고 있었다. 준현이는 주말에 핸드폰을 꼭 쓸 일이 있다고 호소하여, 그럼 주말 지난 다음 주부터 일주일 동안 압수하겠다고 했고 준현이도 동의하였다. 다음 주가 되었고 아침에 준현이의 핸드폰을 걷었으며, 아버님한테도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하고 핸드폰을 걷게 되었다고 전화를 드렸다.


그 이후로 일주일 동안 전개된 준현이와 나와의 신경전.

준현이는 종례가 끝날 때마다 찾아와 자신의 핸드폰을 주지 않는다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항의했다. 수련회 날 병원에 갔다가 밤에야 수련회에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 전에 자발적으로 핸드폰을 냈었다. 그런데 준현이는 그 친구를 들먹이며 걔도 자기 전까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물고 늘어졌다. 그 아이도 폰을 압수해야 한다고. 아이들은 자신이 불리할 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신을 항변하여 따지고 드는데, 가끔은 그런 비논리가 너무 기가 막혀서 대응할 말이 없을 때도 있다. 정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자 나는 원칙대로 일주일 핸드폰 압수를 고수하겠다고 했고, 준현이는 교실의 물품을 던지다든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는다든가 하며 나름의 반항을 하였다. 시간이 흐른 후, 핸드폰을 되찾은 뒤에야 준현이는 이성을 찾았다.


그 후로도 준현이는 계속된 지각으로 여러 방식으로 지도를 받았다. 당시 학년 지도 방법 중 하나가 방과후에 남겨 명심보감을 필사하는 것이었는데, 지독히도 쓰기를 싫어하는 준현이는 필사하지 않고 도망가기도 하였다. 나는 준현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준현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바라며 엄마처럼 잔소리하기도 하고, 때로는 학생부 권위를 빌려 지도하기도 하였다. 1년이 지났고 준현이는 2학년이 되었다. 다른 학년 다른 반이 되자, 또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준현이는 훨씬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듯 보였다. 담임이 아닌 교과 교사로서만 만날 때도 준현이는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살갑게 굴었고, 서로 언성을 높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1학년 때가 좋았노라고 말했다. 준현이가 2학년 때 나는 교육복지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복지 관련 예산을 활용하여 준현이가 1학년 때 잃어버렸던 그 운동화를 사주었다. 준현이 사이즈가 없어 한 치수 큰 걸로 사게 되어 사이즈 안 맞을까 봐 염려된다고 하자, 괜찮다며 진짜 고맙다며 준현이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3학년이 되어서 조금 더 성숙하고 편안해진 준현이의 모습을 기대한다. 양날의 모순을 지니고 있고 가끔은 어디로 뛸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모습이 너인 것을,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이 너의 결을 이뤄 멋진 정체성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성장통을 겪겠지만, 너만의 고유한 캐릭터는 잊어버리지 않기를.

작가의 이전글이토록 입체적이 캐릭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