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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 Sep 04. 2021

제로웨이스트에 끌리는 이유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어쩌다, 왜, 환경에 관심이 생겼고, 그 중에서도 하필 제로웨이스트였으며, 제로웨이스트의 '무엇'이 그토록 나를 가슴 뛰게 하기에 살림하고 육아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환경블로그(돈도 되고 흥미도 있는 주제가 무궁무진한데도 불구하고)를 운영하겠다고 하는거지?



                                      "제로웨이스트의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했나?"





반짝 유행따라 할 수 없다.




 사실 환경문제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심각했고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는 이대로라면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예측만 있을 뿐,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인간이 지금의 생활을 영위하는 한, 감추고 싶은 그림자 같은 것이 된 지 오래다.

 지난 중국발 쓰레기 대란과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혀 있는 사진으로 내 눈앞에서만 없으면 될 줄 알았던 쓰레기가 실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다시 나에게 올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지도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세계를 점령했다. 세계각국은  그린뉴딜정책을 쏟아내고,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소비를 외치는 기업과 개인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자 10~20대 젊은이들이 오히려 청장년층에 비해 기후위기 문제에 더 적극적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에 편승한 공포마케팅과 가짜 에코주의,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소비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휩쓸고 있고 이를 만들고 소비하는 것도 우리다. 왜 우리는 이 조차도 소비하는 것으로 해결하게 되는 걸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로웨이스트가 또 다른 소비문화로, 유행으로 번지는 것은 지양해야하는데...

 환경문제는 쓰레기 문제 하나로 끝날 일은 더더욱이 아니다. 개개인이 텀블러를 들고, 일회용 빨대를 안쓰고, 분리수거를 잘 하고는 사실, 거대하고도 복잡한 환경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요 해결책이 아닌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내가 왜 작고 소소한 일을 실천하고 싶고, 노력을 쏟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게 먼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반짝의 관심으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언제 어디서든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러다 보면 부엌, 창고 한켠에 또 다시 제로웨이스트 키트들이 쌓여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나도 선한영향력을 주고 싶어서?


 요즘 "선한영향력"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아무래도 요즘 인플루언스(서) Influence(r)라는 말을 많이 써서 거기서 파급된 말일까 싶다. 처음 선한영향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뭔가 아주 고급진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선한영향력의 사전적 의미가 있을까 찾아봤는데 일단 "선하다" 는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는 데가 있다"라는 뜻, "영향력"은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힘. 또는 그 크기나 정도"를 뜻한다. 하지만 영향(력)은 지배, 세력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선함과 영향력이라는 말이 왜 고급스럽다 느껴졌을까 생각해보니 어쩌면 조금 배타적인 두 단어가 합쳐져서 인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하면 선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없고, 선한 행동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악하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그건 어쩌면 가치관의 문제이고 어쨌든 우리는 소비를 해야만 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해가 없기를.. 다만 본질적인 문제로 봤을 때 기후위기 문제는 공동의 선이어야만 해결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잔잔한 물에 작은 돌하나를 던지면 파동이 파도처럼 번져가듯, 선한 영향력의 긍정의 힘에 나를 기대어 본다. 




결국, 인간은 이기적이다. 나를 위한 일


앞서 선한영향력을 이야기했지만, 그것 또한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 

사실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조금씩 그것에 가치를 두고 바꿔나가다 보니 생활이 뭔가 단순해지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저절로 비움과 미니멀라이프가 실천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계절바뀔 때마다 한꺼번에 여러벌의 옷과 신발을 샀었는데 지금은 직접 매장에 가서 꼭 필요한 옷과 신발만 사게 되었다. 그리고 전처럼 패션유행에 아주 민감하지 않게 되었다. 마트에 1+1 상품과 매대특가상품, 홈쇼핑에 내 맘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외출할 때 텀블러와 손수건 때로는 통을 들고 나가서 내 가방은 항상 에코백에 어깨는 좀 무거워도 생각보다 내 물건 내가 쓸 수 있으니 좋고, 쓰레기통 찾아 일회용기 들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좋고, 장보고 돌아와서도 편하다. 자연스럽게 좋은 먹거리를 찾게 되었고, 냉동실에 냉동식품과 인스턴트 음식들은 거의 쟁여두지 않게 되었다. 장을 봐오면 재료를 거의 다 소진할 때까지 해서 먹고 장을 본다. 버려지는 식재료도 그만큼 줄었다. 친정에서 주시는 먹거리들도 아예 통을 챙겨가려 하고 모자라면 친정엄마 살림에 담아와서 나중에 돌려드린다. 이젠 친정엄마도 당연히 지퍼백보다는 통에 담아 주시게 되었다. 아이의 장난감과 책은 최대한 중고로 사고 나중에 벼룩하거나 나눔한다. 


 이 모든 것은 엄연히 따지면 지구를 위함도 아니고 타인을 위함도 아니고 나와 가족을 위함이다. 내가 도움이 되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비닐 좀 덜 쓰고 포장된 거 좀 덜 쓰는 소비를 해보자라고 했던 행동들이 이렇게 확장이 되어 내 소비 습관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강력한 매력이 있는 일이다. 

 제로웨이스트라는 한 꼭지속에 나의 힘을 보태고 싶다면 한번쯤은 이 주제로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체험으로 또는 멋져보이는 일로 시작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몸과 마음은 꽉 채우고 쓰레기통은 비울 수 있는 나만의 기준과 경험을 살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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