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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 Jul 15. 2024

12kg

그리고 불안감이라는 무게에 대하여

우리나라에는 수려한 풍광의 많은 산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산림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 있어 백패킹은 마치 비밀스럽고 은밀한 행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필자는 주로 국내에서는 등산과 캠핑을 즐기고, 외국에서 장거리 백패킹을 다니고 있다.


백팩킹 준비의 첫째는 계획 세우기다.  언제, 어디서, 며칠 동안 어떤 루트를 걸을지를 정하고,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예약을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바로 '짐 싸기'이다.


짐 싸기는 생각보다 힘든 노동이다. 짐을 싸고, 풀고를 다섯 번 이상 반복하다 보면 드디어 짐 싸기가 마무리된다. 음식 외에 정말 필요한 장비들, 예를 들어 텐트, 코펠, 옷, 등산스틱, 물 필터 등을 챙기면 짐은 대략 12kg가 된다. 물론 계절과 식량의 양에 따라 짐은 그 이상이 되지만, 산속에서의 기본 생존 물품은 대략 이 정도인 셈이다.




처음엔 견딜 만한 이 무게가 시간이 흐르고 가파른 산길을 오를수록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럴 때마다 가방 속 물건들을 종종 곱씹게 된다. 혹시나 해서 챙긴 여유분의 물건들 중 일부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챙기는 물건들이다. 500g이라도 줄이기 위해 당장 버리고 싶다가도 이미 정든 물건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쓰지도 않을 짐을 여행 내내 가방 깊숙이 찔러 넣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등에이고 산을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한심 할 수도 있는 이런 상황들은 도리어 삶의 철학이 되기도 한다. 정작 필요한 건 단 12kg.

욕심을 부려 짐을 늘릴수록 인생이라는 여정은 고단해진다. 허리는 휘고, 길은 험난해진다.  인생에서도 욕심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필요한 것만을 담는다면, 인생이라는 긴 여행도 한층 가벼워지지 않을까.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본질적인 것만을 남기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가방 속 짐이 가벼워질수록 우리의 마음도 가벼워지고, 자연 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더 깊은 평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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