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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 Jul 17. 2024

꿈을 향한 등반



대부분의 산들은 정상 앞전에 가장 큰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고개를 들지 않게 되는데 고개를 들고 허리를 필수록 오르막길은 올라가기 힘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묵묵히 얼굴을 땅바닥에 쳐 박듯이 허리를 굽히고 등산스틱에 의지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자세가 겸손할수록 올라가는 길은 수월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딛다 보면 어느새 나는 길 끝에 당돌해 있다.     





2017년 작업실 모습. 경남 고성에 위치한  철광공장의 비어있던 공간을 지인의 도움으로 사용하던 때. 




어릴 적부터 예술가를 꿈꾸었지만, 큰 목표나 계획을 세운 적은 없었다. 그저 매일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내다 보니 어느새 미술인의 삶을 살 수 있었다. 나보다 재능 있는 친구와 동료들을 보며 의구심이 들 때도 많았지만, 확실한 것은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끈기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점이었다. 느리고 뒤처져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작업에 대한 열정이 이때까지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한 듯하다.      




유학을 떠나기 전, 누군가는 물었다. 인생에 계획 없이 막연하게 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냐고. 

당시의 나는 그런 지적을 받을 만한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꿈을 좇고 성실하게 임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귀국 후에는 운 좋게도 주변의 많은 도움과 기회를 얻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운이라는 것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놓치기 십상이다.     





2019년 미국 몬타나 글레이셔 국립공원 Glacier National Park에서  Galepass를 가던 첫날부터 종일 비가 내렸다.






2019년 미국 몬타나 글레이셔 국립공원 Glacier National Park의 Gablepass



등산은 정상에 서기까지 겸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한 발씩 내딛으면 자연이 보상을 해준다. 

사회는 좀 더 복잡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안달해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고 그렇지 않은 자에겐 지나가는 바람처럼 스쳐갈 뿐이다.


나는 지금 허리를 굽히고 한 발 한 발 무겁게 발을 내딛고 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면서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그 길을 기대와 설렘, 그리고 가볍지 않은 불안감을 안고 걸어가는 중이다. 끝이 무엇이든, 그 길을 걸어가는 것 자체가 나의 이야기이며,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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