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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 Jul 18. 2024

일상에서 예술로

A Journey of 상추 프로젝트

식물을 사용하여 설치미술을 주로 하다 보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떻게 식물을 사용하게 되었나?"이다. 이 이야기는 201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여름, 나는 부산 산속의 국제 레지던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마트까지 왕복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여서 자급자족을 위한 상추 씨앗을 들고 갔었다. 당시 나는 유학을 마치고 막 귀국을 한 시점이라 작업에 대한 고민과 레지던시가 끝나면 선보여야 하는 신작에 대한 압박감에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그럴 때마다 밖으로 나가 상추를 돌보며 머리를 식혔는데 주변에 못 쓰는 프라이팬이나 페트병 같은 재활용품들은 자연스럽게 상추 화분으로 사용되었다.     



2013년 레지던시 당시 외부 풍경. 버려진 플라스틱병, 항아리, 캔, 나무박스 등 모든 보이던 곳에 씨앗을 심어 상추를 길렀다.




전시가 가까워질수록 작업은 여전히 진전이 없었지만, 주변은 온통 페트병 상추로 가득했다. 

이 상추들은 고민과 잡념들을 해소하기 위한 나의 물리적 시간을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추를 재배하는 행위를 통해 ‘생각의 비움’이라는 과정을 작품으로 풀어내게 되었고, 그 재배의 시간들은 여행이라는 개념으로 상추를 배에 태우거나 풍선에 달아 여행을 떠나는 시간으로 표현하였다. 상추들은 한자어가 없는 구어로 전해져 온 단어이다. 이러한 상추에 생각 ‘상(想)’에 뽑을 ‘추(抽)’를 조합하여 ‘생각을 뽑다’라는 관념적 개념으로서의 상추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것이 식물을 작품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13년 레지던시 시절 작업 과정



A Journey of 상추 프로젝트 I _ 상추, 풍선, 영상 _ 가변설치 2013





A Journey of 상추 프로젝트 II : 끝없는 항해_   상추, 배, led간판 _ 가변설치_2015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SNS와 미디어 노출로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들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새로움은 어쩌면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있다.



 예를 들어, 늘 지나다니던 출근길에 무심코 지나쳤던 벤치에 잠시 앉아보자. 누가 낙서를 했는지,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는지,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는 늘 스쳐 지나가던 동네 빵집의 진열대를 유심히 살펴보자. 처음 맛보는 빵의 풍미와 빵집 주인과의 짧은 대화가 무료했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혹은 매일 듣던 라디오 채널을 다른 채널로 바꿔보자. 새로운 음악이나 뜻밖의 프로그램을 발견하면, 그 하루가 특별해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한다. 우리에게는 일상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면 무료한 일상은 흥미로운 모험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상추가 나에게 일깨워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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