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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 Jul 27. 2024

잡초 그 ‘의미 없음’에 대하여

   

흔히 잡초를 떠올리면 경작지나 정원에서 '훼방꾼', '이익이 되지 않는 풀', 또는 '자라나선 안 될 곳에 자라는 풀'이라는 인식이 떠오른다. 그러나 어떤 풀이 '잡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걸까?


필자가 잡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농부들의 '쓸모없는 풀'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벼를 키우는 논에서 보리가 자랐을 때, 쌀을 경작해야 하는 농부에게는 농사에 방해가 되므로 보리는 쓸모없는 풀, 잡초로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무엇이 잡초인지 아닌지는 사람의 생각이나 목적에 따라 그 가치나 의미가 달라지며 이는  근본적으로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라는 상대적인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잡초라는 이름을 가진 풀은 없다. 머릿속에서 자라나는 ‘가치에 대한 상대적인 잣대’ 자체가 잡초인 것이다.    


2018년 작업실 당시 풍경.  작업실 앞마당 텃밭에서는 농부가 보리와 각종 제철 야채를 재배하셨고 나는 잡초라 불리는 야생화를 그릇에서 싹을 틔어 키우고 있었다.

   쓸모와 쓸모없음의 미묘한 경계점이 생겼다. 



잡초의 '잡'(雜)은 '여러 가지' 또는 '다양함'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다문화, 다국어 등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불안정한 환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며 잡초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나는 잡초를 다시 떠올린다.     



꽃씨를 뿌리고 말라버린 개망초 풀이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황금 트로피 같다.


모든 존재는 불완전하다. 그 모든 존재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적인 삶과는 사뭇 다르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쟁취하여 얻어낸 부와 권력, 시기와 질투로 인해 생겨나는 많은 사건들을 보면 이 사회는 이미 존엄성을 상실한 지 오래된 듯하다.      


하지만 잡초를 보면 그 끈질긴 근성과 억척스러운 생명력으로 사람들의 동경과 존경, 그리고 경애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멸시와 무관심의 대상이 되는 모순된 존재 또한 잡초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다양성이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결국 잡초든 사람이든, 그 존재 자체가 가진 다양한 면모와 끈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일 것이다. 


                                           

2018년 당시 작업실 내부



잡초라 불리는 풀들에 대하여 개인이 가지는 정의와 견해, 그리고 의미에 대한 인터뷰 영상 42분과 함께 설치한 작품      ⸢잡초 '그 의미 없음'에 대하여⸥_2016




완전한 인식_ LED조명, 들풀이 심어진 그릇들_가변설치_2016




완전한 인식_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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