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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Mar 24. 2021

오늘도 실패한 나에게

13년 전, 고3의 일기장에서 발췌 - 2008. 3. 22.

 답이 무엇인지, 결과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선택을 했다. 지독한 근시안... 어쩌면 인간이 동물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동물은 생각이 없어서 멍청한 짓을 하지만 인간은 생각이 있어도 멍청한 짓을 하니까.


 삶이 허무해질 때,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한다.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명예욕을 채우기 위한 길인가? 과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 수 있을까? 좋은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목표가 없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명예, 돈, 권력 같은 것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는 대로 갈 뿐. 그 길에는 운명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믿지만 가끔 믿음이 약해질 때, 이런 회의가 드는 것 같다.


 주변에 목표를 정해놓고, 혹은 그렇지 않아도 잘 사는,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이고 좋은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회의감이 든다. 하지만 남을 부러워하면서 내 삶을 비참하게 만들지는 말자. 나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 매주마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삶의 시간을 낭비하는 나 때문에 자괴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저 운명에 맡긴다.


 그래 난 답을 알고 있다. 운명, 그대로 사는 것. 난 결국 미물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한 없이 소중하고 영향력이 크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아무리 나의 정신이 열등하지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있다. 동료들과 함께한 공부의 시간,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 상쾌한 기분. 다시 떠올리며 다 털어버리자. 마음의 짐은 내리고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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