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도 돈이 드는 시대
결정사, 랜덤채팅, 그리고 페이스북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는 주로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가 포진해 있다. 고전적으로는 대부분 결정사 광고였는데,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금수저들만 인증해서 가입할 수 있는 만남 주선 어플, 채팅 어플이 대세이다. 이런 어플들은 기존 결정사처럼 업체가 연결해주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들이 직접 호감을 표하고 대화를 통해 만남을 하는 방식과, 업체에서 주선하는 파티를 통해 만남을 하는 방식 등 좀 더 케쥬얼 하면서 자유의지를 깊게 반영해 마치 자연스러운 소개팅을 하듯이 만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들 수 있다. 왜 지인 소개를 놔두고 이런 어플을 통해 돈까지 써가면서 이성을 만나는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데, 위험은 거르고 싶은 경우이다. 기존 랜덤채팅 어플의 단점은 바로 익명성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넓은 접근성이다. 때문에 폭력적인 성향, 꽃뱀 등 만남에서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금수저들만 가입할 수 있는 어플은 전문직, 고액자산, 수려한 미모 등의 조건을 가입조건으로 내세워 기존 만남 어플과 차별성을 내세웠고, '이런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만나도 안전은 하겠지'라는 안정 추구 심리를 만족시키며 가벼운 만남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로는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도 한몫할 것이라고 본다. 자연스럽게 만남을 추구하기엔 코로나가 가져가 버린 것이 너무나도 많다. 동아리, 회식, 스터디, 축제 등 없어져 버린 기회들의 일부분을 이러한 유료 만남 어플이 지분 취득한 것이다.
셋째로는 원체 인간관계가 좁은데 만남은 하고 싶은 경우, 재산이나 높은 지위는 있는데 소개해 줄 사람은 없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이러한 어플을 통해 결정사보다 좀 더 부담 없는 만남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남 어플이 필요한 여러 사정과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이러한 만남 어플에 부정적인 측면들을 더 부각하고 싶다.
첫 번째로는 과도한 과금 유도이다. 자고로 남녀의 만남은 하늘의 이치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들이 번성해 왔다. 미용, 화장품, 패션디자인, 성인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직, 간접적인 사업까지 치면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그중에서도 직접적으로 사람을 연결해주는 소셜 미디어 사업은 남녀 만남에 빨대를 꽂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 업체가 페이스북으로, 플랫폼 자체는 무료지만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나 또한 이렇게 연결해주는 공간 자체를 무료로 제공하는 점과, 앞으로 남녀 만남이 지속되는 한 광고 수익 모델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만남 어플들은 플랫폼 자체 이용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 기존 채팅 어플들도 채팅을 하는데 돈이 붙지만, 이 어플들은 상대가 프리미엄급이라는 이유를 붙여서 돈을 굉장히 많이 떼어 간다. 이렇게 해도 이용할 사람은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남 자체에 돈이 과도하게 들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로 위험성의 존재이다. 가벼운 만남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행위들이 있다. 그중에서는 아무리 상류층의 사회라고 해도 위험하거나 변태적인 인물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실제 사례로 한 금수저 남성이 이런 어플을 통해 백여 명의 여성들과 만남을 갖고 그 영상을 다크 웹에 유포한 사건이 있었다. 아무리 유료 어플이고 고액 인증을 한다고 해도 가벼운 만남이 가져오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건 어플을 통해 사람을 만나건 둘 다 자유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