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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바퀴

꼬마버스 타요를 보고

by 닥터 온실

이른 아침, 아이 보여주는 ebs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타요가 나왔다. 이번 에피소드는 바퀴가 터져버린 타요의 이야기. 교육방송이라 그런지 바퀴가 터지면 지면에 닿는 면적이 넓어져서 바퀴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었다. 앞으로 아기에게 설명해 줄 때도 원리를 말해주면 더 쉽게 습득할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여기서 생각은 더 나아간다. 바퀴는 세모에서 네모, 그리고 다각형으로 갈수록 더 잘 굴러간다. 지면과의 마찰, 그중에서도 정지 마찰력이 가해지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변과 각이 무수히 많아지다가 원이 되어 변과 각이 사라지면 가장 저항이 없는 상태, 잘 굴러가는 상태가 된다.


나는 여기서 세상과 나의 관계를 생각했다. 내가 바퀴라고 생각하고 세상과의 접점들을 꼭짓점, 변이라고 해보자. 세모나 네모처럼 관계가 적고 경직되어 있을 때는 바퀴가 잘 가지 않는다. 세상만사가 잘 굴러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관계가 늘어나고 다변화됨에 따라 내 인생의 바퀴는 더 잘 굴러가게 된다. 그렇게 관계가 늘어나고 세상과의 접점이 늘어나다 보면 원이 된다. 결국 세상과 나의 접점이 많아지다가 그것이 무한이 되면 꼭짓점과 변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세상만사는 물 흐르듯 흘러간다. 내가 곧 세상이고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나와 세상을 구분하고 자아를 형성하는 연습을 한다. 이것을 하나의 바퀴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본다. 그렇게 세상과 맞닿아 구르고 구르다 보면 원이 되어간다. 이 과정이 정말 필수적인 것 같다. 도형의 각이 많아지다 보면 결국 각이 없어지게 된다. 가장 많은 것과 없는 것은 결국 통하게 되어 있다. 우리 인생도 결국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아이도 커서 자라며 이 과정을 겪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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