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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환자를 기억하다.

환자가 의사를 만든다.

by 닥터 온실

새벽 네시, 허기진 아들내미의 두유 요청에 잠을 깨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요청을 알아들은 아내의 하청에 의해서지요. 몽롱한 발걸음을 이끌고 두유를 젖병에 따르는 동안, 방금까지 꾸던 꿈의 내용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힘들고 고된 새벽 작업도 꿈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구나...


꿈에서는 저의 개인 면담 환자가 나왔습니다. 꿈속에서 환자는 어디엔가 줄을 서 있었고, 제가 아는 체를 하자 어떻게 자신을 알아봤냐고, 못 알아보실 줄 알았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제가 그 환자를 잊을 수 있겠냐고 생각했습니다.



전공의 시절 배우는 지식은 방대하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하더라도 까먹는 것이 많습니다. 그럴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환자지요. 환자에게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당시 치료 과정을 떠 올려 보면서 잊을 수 없는 지식이 체득되어 갑니다. 그래서 환자를 많이 본 의사는 실력 있는 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의사 환자 관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라고 생각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듯 상호 도움이 되는 관계입니다. 의사 또한 환자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비단 경제적인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저는 아직도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수많은 환자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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