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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된 아빠는 행복할까?

by 닥터 온실

아내가 둘째 출산을 위해 첫째를 데리고 친정에 갔다.


아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현관에 들어서기 전, 첫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늘 퇴근을 하면 첫째 노는 소리가 여기서부터 들리곤 했지. 아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에는 그가 낮잠 자는 날이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가야 아빠 오셨다.' 하는 아내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지 않고 아무 기척이 없으면 아이, 혹은 아이와 아내 둘 다 낮잠 자고 있는 거였다. 근데 이제는 없다. 아무도 없고 둘의 흔적이 남은 집안만이 있다.


혼자 남겨진 집은 너무 넓다. 너무 넓어서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넓은 집의 크기가 외로움, 혹은 그리움의 크기와 같다.


그 크기만큼 견디기 힘든 것은 정적. 집 안의 정적이 이상해서 직장 동료를 불러 같이 식사도 하고, 그가 돌아간 뒤에는 좋아하는 노래도 틀어 놓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가족들의 빈자리를 메울 순 없었다.


나의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큰 집을 얻어도, 그 공간을 물질로 채워도 중요한 것은 가족, 사람, 그리고 사랑.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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