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장보기
아들아 오늘은 너와 함께 장을 보고 왔다. 함께 장을 보는 것은 사소한 일상이지만 모든 것이 새로운 너에게는 참으로 좋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한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 속도에 따라 조절하던 차 창문의 높낮이, 기분에 따라 듣던 차 안의 노래. 이때의 분위기, 향기, 바람결까지 너의 것이 되겠지. 그리하여 훗날, 네가 또 다른 이와 장을 보거나 혹은 다른 연유로 드라이브할 때, 이때의 분위기와 행복을 다시 느끼길 바란다.
아들아. 너는 오늘 장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점원 아주머니가 건넨 초콜릿 사탕 하나를 받았던 것이라고 했지. 작은 사탕 하나에도 행복해하던 오늘을 잊지 말자꾸나. 그리고 점원 아주머니와 나누었던 따뜻한 인사, 사탕을 받을 때 건네었던 고맙습니다 한 마디와 그 긍정적인 기분도 늘 삶에 간직하고 살자꾸나.
아들아, 아빠는 우리 아들에게 장 볼 품목을 소개하고, 함께 고르고, 너에게 건네고, 네가 그것을 장바구니에 손수 넣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또 네가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즐거워하던 것을 기억하고, 층을 올라갈 때 천장을 바라보며 빛이 있다고 가리키던 것을 기억하듯이 우리가 함께한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행적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렇듯 언제나 함께할 것이고, 그것이 사소한 것이던지, 혹은 대단한 것이던지 늘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느낄 것이다. 이런 나날들이 있음에 오늘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