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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Oct 23. 2020

해리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

애니)청춘돼지는 로지컬 마녀의 꿈을 꾸지 않는다.

일본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라이트 노벨이라곤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내가

넷플릭스를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품.


라노벨답게 다소 괴랄하기까지 한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섬세한 감정 묘사와 작가가 좋아하는 판타지와 현실과의 미묘한 조화 때문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던 중 라이트 노벨 원작 상

'청춘 돼지는 로지컬 마녀의 꿈을 꾸지 않는다'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에서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해리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 인상 깊어 글을 쓴다.


 해리(dissociation) 현상이란 정신이 둘 이상으로 나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해리 현상이 일어나면 사람은 당시 겪은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해리 현상이 일어나서 나뉘게 된 또 다른 내가 겪은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면 정신의학적으로 해리장애(dissociative disorder)를 진단하게 된다.


 이러한 해리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이 감당하기 힘든 강한 스트레스 요인이 가해질 때 자아를 둘로 분리하여 한쪽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한 다음 그 자아를 잊게 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일종의 방어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포함

 작중 여고생인 후타바 리오 역시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판타지적인 설정 탓인지 정신뿐 아니라 몸이 둘로 나뉘게 된다. 그 원인을 작가는 고질적인 외로움 탓에 관심을 갈구하던 여고생이었던 후타바가 자신의 신체를 찍어 sns에 업로드하게 되고, 관심은 원했지만 그런 더러운 수단까지는 원하지 않았던 또 다른 후타바의 자아가 해리되어 두 명의 후타바가 된 것으로 설정한다.


 결국 이 작품은 정신의학적 정설처럼 외부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내부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 무너지고 해리되는 자아에 대해 표현하고 있어서 내가 새로운 시각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작중 여고생인 후타바처럼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면모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둘로 분열되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무의식 속에 밀어 넣고 기억의 자물쇠를 채우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의식 저편에 가라앉아 있다가 무의식이 우리를 지배하는 찰나에 순간에 다시 드러날지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갈 필요가 있다. 내가 부끄럽지는 않았는지, 숨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는지... 우리 모두가 나의 연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양지로, 의식으로 끌어내어 자아통합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담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이 외에도 타임 루프 같은 판타지적 설정에 대해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라플라스의 악마 같은 양자역학적 설명을 곁들여 '오 그럴듯한데!' (사실 수박 겉핥기 식이겠지만)라는 흥미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본 문화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성 위주적인 대사들이 종종 등장하여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 추천하지는 않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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